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강산 육로관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강산 육로관광

입력
2004.07.14 00:00
0 0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금강산 자락 온정리마을 어귀에 붙어있는 구호다.금강산 육로관광의 출발은 생각만큼 편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오전8시가 안돼 출발했지만 금강산에 도착한 것은 오후5시를 훌쩍 넘어서다. 하루를 길에서 다 보내야만 했다. 집결지인 고성 금강산콘도에서 관광증을 교부받고 1시간 반을 마냥 차속에서 대기해야 했고, 통일전망대의 출입국관리소(CIQ)와 금강산의 북측 CIQ에서 두번의 수속을 거쳐야 했다. 긴 버스길, 지루한 기다림, 엄격한 통제는 들떴던 여행 기분을 상하게 했다.

● 분단 체험 휴전선 관광

남측 CIQ에서 2박3일의 안내를 맡은 관광조장(가이드ㆍ북에서는 조장이라고 함)을 만나 일행을 태운 35인승 버스가 출발하며 금강 답사가 시작됐다.

커튼 없는 버스는 울퉁불퉁 군사도로를 타고 탱크 저지선을 지나 3개의 철조망으로 된 남방한계선을 넘었다. 유난히 도토리나무가 많은 DMZ구간, 남측 최전방 금강통문을 지나자 휴전선 표시인 노란쇠말뚝이 무정하게 옆을 스친다. 드디어 북녘이다.

검문을 위해 버스에 올라탄 북측 군인은 날선 긴장감으로 가득한 차안을 말 한마디 없이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한번 훑고는 내린다.

통일전망대의 남측 CIQ에서 금강산의 북측 CIQ까지의 1시간 버스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상품이다. 잠시 머물거나 사진을 찍지는 못하지만 분단의 현실을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낙타봉과 가마봉, 김삿갓의 일화가 얽힌 남강을 건너자 북한의 마을 몇몇이 나타난다. 소가 밭을 갈고, 냇가에서 물을 긷는 아이의 모습은 생경했고, 큰 짐을 머리에 이고 먼 길 가는 아낙은 고단해 보였다.

● 역시 금강은 금강이어라

다음날 구룡연 코스에서 금강산 관광이 본격 시작됐다. 버스를 타고 구룡연 입구의 신계동으로 가는 길 양편은 소나무중 최고로 치는 금강송이 군락을 이뤘다. 예쁘게 뻗었다고 해서 미인송, 껍질이 붉어 홍송 혹은 적송, 임금의 관으로 쓰인다고 해 황장송 등으로 불리는 소나무다.

신계동에서 시작된 산행, 나무터널을 한참 지나니 비구름과 안개 속에 금강이 고운 자태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계곡의 물살은 며칠째 내린 비로 풍성했고 집채만한 바위를 휘감는 소리는 크고 깊었다.

여독의 찌뿌둥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개처럼 사라지고 물소리에 맞춰 몸은 절로 덩실댄다. “아! 역시 금강이구나.”

옥류동과 연주담을 지나자 발에서 묵직한 진동이 느껴진다. 봉황이 꼬리를 휘저으며 날아오른다는 비봉폭포다.

상팔담을 거쳐 구룡연의 마지막 코스는 한국의 3대 폭포중 하나인 구룡폭포. 금강을 지키는 9마리의 용이 산다는 곳으로 70여m서 떨어지는 물살이 장쾌하다. 바닥을 친 하얀 포말은 비구름, 안개와 합쳐져 아득한 풍경을 연출 하는데, 여름의 금강을 신선이 노니는 봉래산이라 했다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 기기묘묘 절경의 만물상

구룡연코스가 여성적이고 부드럽다면 만물상은 기암도 뾰족하고 길도 험해 남성적이다. 마지막 날 수십 구비를 돌아 버스에서 내린 만물상 입구에는 일본 투구를 쓴 장수바위가 마중 나왔다. 계곡을 따라 난 산행길은 험상궂은 귀신 모습의 귀면암, 3명의 신선이 바주보는 삼신암, 큰 도끼로 찍어놓은 듯한 절부암 등 기기묘묘한 바위가 눈길을 잡아챈다.

깎아지른 벼랑의 쇠사다리에 몸을 의지한 채 천선대에 오르니 만물상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천선대 하산 길에는 하늘로 통하는 현관인 하늘문과 망장천을 지난다. 지팡이를 짚고 온 노인이 이 물을 마신 뒤 힘이 솟아 지팡이를 잊고 내려갔다는 약수터다.

금강산 유람을 아쉽게 끝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 북 주민의 삶의 모습은 이제 생경하지도 더 이상 고단해 보이지도 않았다. 금강은 그렇게 웃으며 우리를 배웅했다.

/금강산=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금강산 어떻게 가나

금강산 육로관광은 출발 2주 전에는 신청해야 한다. 휴전선을 넘나드는 여행이라 신원조회등에 최소 10일 이상이 걸린다. 경찰청, 법무부, 통일부, 국정원에 보고해야 하고 유엔사와 국방부의 승인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금강산의 22개 명승코스 중 한국인에게 개방된 곳은 구룡연, 만물상, 삼일포ㆍ해금강, 세존봉 등 4코스. 작년 여름 공개된 세존봉은 7~8시간 걸리는 15km코스로 미리 신청해야 한다.

금강산 육로관광의 주 패키지 상품은 2박3일 코스. 1일 오후 도착, 2일 오전 구룡연 오후 온천이나 삼일포, 3일 오전 삼일포나 만물상 오후 출발 일정이다. 1박2일과 당일 코스는 오전 9시께 도착해 오후 5시에 출발, 오전 오후 일정을 모두 알뜰하게 소화한다. 체류 기간중 각 코스 관광이나 해수욕장, 온천, 교예공연 등은 셔틀버스 시간에 맞춰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다.

금강산의 숙소는 7월 문을 연 금강산호텔을 비롯해 배위에 만든 호텔 해금강, 가족단위 이용객에 편한 통나무집 펜션타운, 컨테이너 숙소인 금강빌리지, 온천의 방갈로 온천빌리지가 있고 야영객을 위한 천막촌인 포레스트돔과 캠프빌리지 등이 있다. 숙박 시설에 따라 요금은 크게 달라진다.

금강산 관광은 여전히 통제가 심하다. 휴대폰과 PDA 노트북 녹음기 등이 반입 금지되고 배율 높은 카메라와 망원경, 캠코더도 통제된다. 정치색을 띤 책이나 유인물도 안된다. 사진촬영도 버스 이동 중에는 엄격히 제한되고 담배도 지정한 곳에서만 피울 수 있다. 목에 걸고 다니는 관광증이 물에 젖거나 훼손될 경우 10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문의 현대아산 (02)3669-3000

/이성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