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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김정일과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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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김정일과 골프

입력
2004.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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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홀인원은 평생의 꿈이다. 규정타수 3의 홀에서 볼을 한번 쳐서 홀컵에 집어넣는 홀인원은 확률이 매우 낮다. 미국골프협회(USGA)의 핸디캡 등록시스템에 등록되는 라운드 수와 홀인원 수를 계산한 것을 보면 아마추어의 홀인원 확률은 3만3,000분의 1, 프로는 3,500분의 1로 나타났다. 아마추어는 파3홀 3만3,000개 중에 한번, 프로는 3,500개 중에 한번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확률은 확률일 뿐. 첫 라운드에서 홀인원을 기록하기도 하고, 1년에 몇 번씩 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90% 이상은 평생 홀인원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친애하는 허풍쟁이와 티오프하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남북 합영기업인 평화자동차가 평양에서 개최하는 남북한 프로암골프대회를 계기로 실은 기사인데, 북한은 우수선수를 배출한 골프강국 한국과는 달리 골프전통이 없는 데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골퍼를 보유하고 있다며 김정일 위원장의 1994년 첫 라운드 기록을 공개했다. 첫 라운드임에도 김 위원장은 첫 홀에서 이글(기준타수보다 2타 적게 치는 것)을 하고 이후 5개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 모두 34언더파를 기록했다는 것. 기준타수 72인 18홀을 38타로 끝냈다는 얘기다.

■ 타이거 우즈도 이런 기록은 낼 수 없다. 당시 북한 보도를 인용했다지만 파3홀이 다섯 개 일 리도 없고 홀인원 다섯 차례는 더더구나 있을 수 없다.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골프에 대해 백지상태일 충성심 많은 경호원들이 전한 말을 다룬 것부터가 난센스다. 10년 전 호주의 파이낸셜 리뷰지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렸었다. 9홀에 34타를 쳤다는 내용만 다를 뿐 빈정대는 투는 같다. 그냥 웃어넘기고 말 것을 10년이나 뒤에 보도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그 정도 실력이면 PGA대회에서 수백만달러를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덧붙임은 노골적인 비아냥이다.

■ 지난해 골프장 내장객이 1,000만명을 넘어설 만큼 골프가 대중화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남녀 골퍼들이 국제무대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골프는 '신사의 게임'이다. 철저한 규칙준수를 요구하지만 '골프는 플레이하기에 가장 어렵고 속이기에 가장 쉬운 게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의 유혹이 많다. 그리고 부정을 저지른 자는 동반자로부터 모멸을 당한다. 온갖 부정 부패 몰상식이 판치는 우리 사회야말로 골프에 적용되는 엄격한 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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