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행정수도, 넘어야할 과제]<7·끝>전문가 좌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행정수도, 넘어야할 과제]<7·끝>전문가 좌담

입력
2004.07.14 00:00
0 0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각 분야별 문제점을 점검해온 본보는 수도 이전의 올바른 추진방향과 국민적 합의점 도출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좌담회는 12일 오전 한국일보 12층 회의실에서 2시간동안 진행됐다. /편집자주

사회=이창민 산업부장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박재길 국토연구원 지역·도시연구실장

최흥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최흥석 교수=논의의 편의 상 수도 이전의 정당성 여부, 글로벌 시대와 향후 통일시대에 대비한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 여부, 이전 비용과 편익성, 국민적 합의 과정 등의 순으로 얘기를 해 보죠.

이달곤 교수=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정체 인구 상태에 도달하고 2015년부터는 노령사회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과밀화를 이유로 한 수도 이전은 문제가 있습니다. 수도이전보다는 오히려 기술 발전이 국가적 아젠다가 돼야 합니다. 국가적 필요성이 절실한 과제부터 해결해야지 공약에 매달려 수도이전 카드를 경직되게 밀어붙여선 안됩니다. 국민복지, 국가균형발전, 권한의 위임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수도 이전이 더 시급한 것인 지 의문입니다.

박재길 교수=역대 정부는 대도시 인구방지책을 실시해 왔고,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수도권 규제 강화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1,300만명이던 수도권 인구가 현재 2,600만명으로 두 배나 늘었습니다. 현재 수도권과 비수도권 거주자간의 갈등은 심각합니다. 이런 갈등 구조에서는 정상적인 시장 경제의 룰이 존재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추진하는 동북아 중심지로의 성장도 이 상태에서는 곤란합니다. 수도 이전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최=분권과 지방 이전은 행정학자간에서도 오랜 논란 거리였습니다. 그간 해 보려 했지만 안 됐으니 이번에 대대적으로 해보겠다는 의욕과 문제 의식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지금이어야 하느냐'는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수도 이전이 분산책으로서 얼마나 효과적인 것인지는 여러 관점이 있을 것입니다.

이=굳이 수도를 이전한다면 충청권 보다는 차라리 광주나 섬진강 하구 같은 남쪽으로 가야 합니다. 충청권은 수도권 벨트나 마찬가지여서 영·호남과의 격차를 더욱 심화 시킬 것입니다. 임시수도라고 한다면 균형 발전이 더 중요합니다. 균형을 취한다면 실현 대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시화호 문제만 해도 연구에 몇 년이 걸렸는데 문제가 계속 터져 나옵니다. 하물며 이런 국가적 대사는 사회, 역사, 통일 등의 관점에서 차분히 다뤄야 하는 데 정부가 너무 서두르고 있습니다.

박=그 동안 지나친 수도권 규제로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수도를 이전하면 이런 규제를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혁신 클러스트와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지방을 자립시킬 수 있는 거죠. 서울만 크고 지방은 위축되는 상황을 바꾸려면 사고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수도권 편향'에서 '수평적 지방화'로 인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수도 이전은 지방자치제도 발전의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충청권 정도면 모두 만족하는 입지라고 봅니다.

최=분산 정책이 국가 발전을 위한 올바른 정책인지 먼저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 이전도 엄밀히 말해서 균형발전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조차 종종 가치판단이 사실판단에 우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됩니다. 가치 판단 전에 정책적 인과관계에 대한 사실 판단을 먼저 해야 합니다. 수도 이전은 국가적 중대 사안입니다.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선결돼야 합니다.

박=행정수도는 국토균형발전, 삶의 질 향상, 후세에 물려줄 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정책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상위 계획은 가치의 문제 입니다. 현재 정부는 4차 국토계획 등에 따라 국토 공간구조를 다시 짜고 있습니다. 국가는 세계화를 추구해 가면서 동시에 국민의 삶의 질도 높여야 합니다. 수도권을 이대로 놔두면 삶의 질은 떨어집니다. 삶의 질의 피폐로 인한 위기감이 갈수록 커질 것입니다.

최=국민들은 지방 분권과 수도권 이전의 당위성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하면 지역에 따라 찬반이 팽팽하게 나옵니다. 당위성이 있다 하더라도 절반 반대자에 대한 설득 노력이 미흡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 합의의 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은 오해를 낳을 뿐입니다.

이=국가 정책을 바꿀 때는 정책 시도 방향도 함께 변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결론을 이미 다 내려놓고 있는데 정부에서 누가 이를 변하게 할 수 있습니까. 수도 이전 문제가 정치권의 감정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데 의도적으로 이를 유도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심각해집니다. 경인 벨트의 경제 잠재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를 풀면 달라진다는 것은 과장입니다. 타당성에 대한 논의 없이 정책 리더십이나 감정적 대립을 이용한 돌파 시도는 잘못된 것입니다.

최=이런 문제는 정책 수단, 정책 대안을 통해서 이뤄져야 되는데 수도이전에 관한 법이 먼저 통과 되는 바람에 일이 더 꼬이게 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책은 당초 의도와 달리 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전 효과는 누구도 100% 장담할 수 없습니다. 뭐가 옳으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열린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수도권을 더 잘 가꿔 나가야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도쿄, 상하이, 북경, 싱가포르, 홍콩 등 도시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생기려면 40∼50년이 소요됩니다. 경인권의 이노베이션은 50년 이상 축적된 것입니다.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거론 한다면 경인권의 잠재력 복원도 수도 이전과 같은 비중으로 검토돼야 합니다. (수도 이전은)1인 당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넘을 때에 실행해야지 지금은 불안합니다. 수도 이전보다 어떤 면에서 수도권 지식 기반 시스템이 더욱 중요합니다.

박=수도이전 비용과 관련해 일부 오해가 있는데 총 45조6,000억원의 비용 중 국가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은 11조3,000억원에 불과합니다. 광화문 청사 매각으로 3조원 정도 조달되면 2012년까지 연간 재정부담 규모는 1조원 수준입니다. 이 정도는 우리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안됩니다. 일부에서 '국민 1인 당 부담이 1억원'이라고 하지만 교통난 완화, 인구분산효과 등을 보이지 않는 혜택을 감안하면 큰 부담은 아닙니다.

최=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출돼 있지만 법률 같은 절차 보다 문제의 본질은 국민적 합의에 있습니다. 정치권은 지금 너무 가열돼 있습니다. 한쪽은 가속도를 내고, 다른 한쪽은 이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 양쪽 다 문제입니다. 허심탄회하고 냉철한 토론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이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 생략됐기 때문입니다.

이=수도 이전에는 도시 건설을 중심으로 한 비용과 편익만 계산했지 사회·환경적 측면을 고려한 '확장 비용 편익 분석'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분야도 분석이 돼야 객관적 논의가 됩니다. 30년 걸릴 프로젝트를 하는데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생산시설도 없는 행정수도에 정부 계산대로 인구 100만명이 모일 것 같습니까? 아마 관청 사무실만 덩그러니 있는 곳이 될 것입니다. 신행정수도 이전은 중지돼야 합니다. 그리고 토론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게 나중에 문제를 야기하는 것보다 백배 나은 선택입니다. 정부가 객관적으로 나오면 상황이 달라질 것입니다. 여러 정책수단을 놓고 이중에서 최상의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윈-윈하는 길입니다.

박=국민을 비롯해 모두가 사안을 정의로운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물론 정치권의 책임도 큽니다. 정치권도 이참에 제대로 된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보여줄 기회입니다. 양쪽 의견을 중립적으로 상세히 보도해주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최=언론은 문제를 제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문제는 편향되지 않은 양질의 토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감정 대립을 통해 서로의 발목을 잡는 수도 이전 논란은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것입니다. 정치권, 언론, 정부 등 모두 한발씩 물러나서 진지한 토론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