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다음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사랑에 관한 얘기다.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한번 들여다볼 생각이다. 더불어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싶었다'라고 말하는 건 '그' 때문이다. 살고 싶다고 절규하던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생각이 정지하는 것 같았고, 기어이 그가 차디찬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던 그날 새벽, 시간마저 정지해버린 듯했다.
TV 앞에 앉아 그의 얼굴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훔치는 것 외에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모국어도 쓸 수 없어 남의 나라 말로 살고 싶다고 그렇게 절규해대던 그에게 누구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 줄 수 없었다. 그리고 정부는 그를 버렸다.
그 다음은 늘 봐오던 그대로였다. 변명과 위선과 거짓말이 난무하고, 본질을 외면한 논란만이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한가지 분명한 건 죽음의 그 시간동안 그는 철저히 혼자였다는 것이다. 그를 죽게 만든 그 국익과 동맹관계의 실체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것이 그를 공포와 고독 속에 혼자 몸부림치며 죽게 만들만큼 값어치 있는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또 안다. 가증스러운 그 명분들로 인해 이익을 챙길 자들은 따로 있다는 것을. 해서 나는 다시 힘을 내기로 한다. 그럴수록 더욱, 나는 이 이야기를 잘 할 것이다. 그를 위해서도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사랑을 나누는 한 우리는 연대하고 있음을 이야기 하고 싶다. 故 김선일. 당신을 내 가슴 깊숙이 묻는다. 지금도 우리를 추악한 전쟁범죄의 들러리로 만들려는 저들과 이 광기의 시대를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김경형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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