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관명기자의 고!/빛나는 작품뒤에 피마르는 아우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관명기자의 고!/빛나는 작품뒤에 피마르는 아우성

입력
2004.07.14 00:00
0 0

최근 영화 ‘역도산’의 일본 히로시마 촬영 현장에서 만난 일본 여배우 나카타미 미키(28). 역도산(설경구)의 두 번째 아내 역을 맡은 그녀는 ‘링’ ‘호텔 비너스’ 등에 출연한 일본 최고 스타 중 한 명이다. 그녀가 한국영화 마니아라며 이런 말을 했다. “마음에 드는 장면을 찍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한국영화 제작방식이 놀랍고 부럽다.”그녀의 설명은 이렇다. 40도 가까이 되는 뜨거운 히로시마 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양광선의 각도가 마음에 안 든다며 송해성 감독이 30분 동안 촬영을 중지시켰다.

그녀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이런 감독의 결정에 수십 명의 한국 스태프 누구 하나 불만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것. 짧으면 3주만에 영화 한편을 만들어내는 일본영화 제작시스템에 비해 무척이나 부럽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본 톱 스타의 칭찬에 덩달아 우쭐해졌다. 이렇게 정성 들여 찍는 영화는 결국 관객도 알아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이국 땅에서 영화 한 편을 위해 쏟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의 땀방울은 ‘역도산’ 뿐만 아니라 전체 한국영화 발전의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감상도 잠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지난달 받았던 보도자료 한 통이 떠올랐다. 각 분야 스태프로 구성된 영화4부연합이 인터넷에 ‘영화인 신문고’(210.118.195.55/union/index.html)라는 게시판을 만들고, 영화사의 임금 미지급에 대해 공동 대응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게시판에 들어가보니 “취재 요청합니다” “처우개선을 위한 걸음마”라는 제목의 글이 30여 건 올라있었다.

연출부 5년차의 한 친한 스태프가 소주 몇 잔 들이키며 기자에게 한 말도 기억이 났다. “지난해 내 연봉이 얼마인 줄 아느냐. 240만원이었다. 감독을 꿈꾸는 열정이 없었으면 진작 이 바닥을 떠났을 것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제작관행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열악한 작업환경이 비단 영화 판만이 아닌데 왜 이리 더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걸까. 한쪽에서는 한국영화의 제작환경을 부러워하고, 다른 쪽에서는 못 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분명한 사실은 ‘작품’을 위해 영화 노동자들의 무조건적 희생을 담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렇더라도 그들의 열정과 희생 없이는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것.

어정쩡한 양비론이겠지만, 일단 확실하게 해둘 것은 해두자. 1,000만 관객과 높아진 경쟁력 운운하기에는 한국영화 현실이 너무나 위태롭고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김관명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