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방문을 마치고 10일 귀국한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12일 상임중앙위원회의와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방미 성과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그의 한미동맹관(觀)이었다.신 의장은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보고 숙연해 졌다. 나라간에도 단순한 실리를 떠나 혈맹이라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전기념비에 써 있듯이 미국 사람들은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수 만명이 희생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데 우리가 '양키 고 홈' 하며 성조기를 태우는 것은 그들에게 충격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의장은 "이 문제에 대해 네티즌과 치열하게 논쟁할 용의가 있다"며 "한미 동맹강화 노선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외교 제1의 원칙"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에 기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불과 몇 달 전 이와는 전혀 다른 뉘앙스의 말을 했던 신 의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외교부 직원의 대통령 폄하 발언파문이 일었던 1월 "숭미주의적 외교부내 기득권 세력인 북미국 라인 간부들을 즉각 경질하라", "대미라인 간부들이 대미 의존적인 외교행태를 보이며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왔다"고 맹비난했었다.
대미 관계에 관한 여당 지도부의 언사가 이처럼 상황에 따라 바뀌며 왔다 갔다 한다면 분명 문제다. "국내에서는 반미정서에 호소해 젊은 층 표를 얻고, 미국에 가서는 그들의 구미에 맞는 숭미발언을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신 의장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한 이날 같은 당 임종인 의원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이라크 추가파병은 철회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정녹용 정치부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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