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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5년만의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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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5년만의 금강산

입력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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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금강산을 다녀왔다. 1999년 가을 단풍이 한창인 풍악산을 찾았다가 올 여름엔 장마속의 봉래산을 보았다. 5년전엔 배를 탔으나 이번엔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육로로 갔다. 빨간 단풍과 운무에 싸인 산은 그대로였으나 모든 게 엄청나게 달라졌다. 우선 배로 하룻밤 걸리던 길이 39.4㎞를 버스로 50여분만 달리면 됐다. 관광이 시작되는 온정리에서는 산보 등 자유행동이 가능했고, 마주친 북측 안내원의 표정도 그런대로 온화해졌다. 답답하긴 여전했지만 보다 많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됐다. 식당이 없어 산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배 위에서 자느라 꼼짝 할 수 없었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장전항에는 생선횟집이 생겼고 해수욕장도 개장됐다.■ 남방한계선을 지나 비무장지대를 거쳐 북방한계선을 통과할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 고성의 동해 남북 출입관리소(CIQ)를 출발, 임시도로로 통하는 제 8통문을 지나 북방한계선에 이르기 까지는 15분이 채 안 걸린다. 2003년에 이 길이 뚫렸으니 휴전 후 50년만이다. 군사분계선을 알리는 오래된 철제 표지판이 서 있고, 날씨가 좋으면 우리측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이 재 확인된다. 북측 통문에 이르면 굳은 표정의 북한 군인 2명이 올라와 차내를 살피고 내려간다. 그들 식의 검문이다. 그동안 20여대의 차량은 시동을 끄고 대기한다. 이어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장전항 북측 출입소에 닿아 통관 절차를 밟는다. 삼일포를 지나고 그 옆은 해금강이다. 주변은 동해철도 연결공사가 한창이고, 여러 북한 마을과 군부대 및 학교 등을 스쳐 지나간다.

■ 2년 전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경제개혁조치 때문인지, 아니면 자본주의 맛을 봐서인지 물건을 사라는 권유도 있다. 삼일포의 단풍각 휴게소에서는 북한 막걸리와 더덕 등을 팔고 있었다. 북측 안내원은 "여기까지 왔으니 막걸리 한잔 하고 가는 게 좋지 않습네까" 라고 서슴없이 권한다. 지난해 평양에 갔을 때 기념품점을 굳이 안내하며 물건을 사라고 되풀이 얘기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 금강산 5년은 자주 만나고 내왕을 하면 서로를 이해 하게 되고 관계가 개선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 바위에 새겨진 김일성 부자 찬양구호를 지적했다가 항의를 받는 등의 초기 해프닝 등은 흘러간 에피소드다. 온정리에서 원하는 코스를 자유롭게 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자가용을 이용해 왕래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그 때의 금강산 관광은 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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