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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 내일부터 '천문―하늘의 이치, 땅의 이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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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박물관 내일부터 '천문―하늘의 이치, 땅의 이상'전

입력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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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밤 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에 제우스 등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엮어냈다. 서양인들의 눈에는 밤 하늘이 신들의 놀이터로 비쳤던 모양이다. 반면 우리 선조들은 하늘에도 인간이 살아가는 지상을 닮은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고 여겼다. 제왕의 별 북극성을 문창성(文昌星), 삼태성(三台星) 같은 별들이 에워싸 보필한다는 식으로 별들에서도 군신 관계를 읽어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4일부터 8월23일까지 '천문―하늘의 이치, 땅의 이상'전을 연다.

민속박물관이 올들어 처음 마련한 기획전으로, 우리 조상들이 천문현상을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사고했는지를 보여주는 유물 100여점이 전시된다.

18세기 전반에 제작된 보물 1218호 '신구법천문도(新舊法天文圖)'는 동·서 천문지식의 조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물. 고구려의 천문도를 계승해 조선의 하늘을 담아낸 천상열차분야도(天象列次分野圖)와 서양으로부터 들어온 황도남북양총성도(黃道南北兩總星圖)가 8폭짜리 병풍에 나란히 그려져 있다.

예수회 선교사들이 포교에 활용하기 위해 서양의 천문지식을 들여오면서 조선사회도 지구를 평평한 땅이 아니라, 구(球)로 인식하게 됐음을 남반구와 북반구 각각 별자리를 나타낸 이 천문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장 왼쪽에는 망원경으로 관측해 '일월오성도(日月五星圖)'를 그렸는데, 태양과 달, 그리고 토성, 목성, 화성, 금성, 수성의 순서로 5행성을 표시했다.

조선시대 천문·기상 관측 전문기구인 관상감(觀象監)이 우리의 시각에서 기록한 하늘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조선 전기에 제작된 우리식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천구의 단면을 재현한 시계 앙부일구(仰釜日晷), 위도에 따라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을 계산하는 간평의(簡平儀) 등도 선보인다. 또 천체의 운행과 위치를 측정하는 천문시계 혼천의(渾天儀)나 개화사상가 박규수(朴珪壽·1807∼1876)가 직접 제작한 평혼의(平渾儀·혼의를 평면에 표시한 기구)와 간평의(簡平儀) 등도 전시돼, 하늘의 이치를 탐구했던 학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지름 40㎝의 금동판 앞면에 북극을 중심으로 한 28개의 별자리를, 뒷면에는 수미산(須彌山)과 삼십삼천(三十三天) 등의 불교적 세계관을 장식함으로써 자연현상과 관념의 하늘을 한데 형상화한 통도사성보박물관 소장 유물 '금동천문도(金銅天文圖)'(보물 1373호)도 나온다.

조상들이 하늘을 자연과학적 현상으로서만 본 것이 아니라 신앙의 대상, 혹은 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여긴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천문'전을 기획한 민속박물관 이태희씨도 "서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진보했던 우리의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대신 인간이 하늘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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