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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시본다]<25>5부-다시 보는 한일관계③한일경제공동권 가능한가?-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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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다시본다]<25>5부-다시 보는 한일관계③한일경제공동권 가능한가?-FTA

입력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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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25일 일본 도쿄(東京)에서는 제4차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개최됐다. 그간 한일 FTA 논의는 한일 공동연구에서 시작돼 비즈니스포럼,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회라는 약 5년여의 논의 과정을 거쳐 2003년 12월부터 정부간 협상단계로 접어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일 FTA는 상품과 투자, 서비스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자유화를 추구한다. 또한 상호인증인정(MRA),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경쟁정책 조화 등 WTO보다 진일보한 조화와 협력을 꾀하고, 투자촉진, IT·과학기술협력, 중소기업 협력 등 제반 경제협력의 제도화까지 망라하는 매우 포괄적인 지역무역협정이다. 이렇듯 폭넓고 심도 깊은 경제통합을 지향하는 한일 FTA 논의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이 한일경제공동권을 향해 착실히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이를 한일간의 뿌리 깊은 상호불신의 미청산(未淸算) 한일 FTA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대한 인식공유의 미흡(未洽) 한일 FTA 체결을 위한 각각의 내부여건의 미조성(未造成) 등 '삼미'(三未)로 집약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첫째, 뿌리 깊은 상호불신의 미청산이 한일 FTA의 실현을 가로막고 있다. 양국은 한일 FTA 논의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한일 FTA가 '상호 양허이익의 균형 원칙'을 추구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동시에 일본은 양국이 역내의 OECD 회원국이며, 한국은 세계11위의 무역대국이므로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게 있어 일본은 여전히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자 기술강국으로 가장 두려운 FTA 대상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은 '상호이익 추구'의 원칙과 '대등한 관계'간의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곧 과거사의 해결과정에서 보여진 일본과 FTA 협상 상대로서의 일본을 동일시해버리는 촉매제로 작용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대일 불신은 기본적으로 과거사 문제의 원만한 매듭이 지어지지 못한 점에 대한 과거지향적 '부(負)의 유산'으로서의 불신이나, 이제는 현재적인 의미도 부여받게 된다.

일본은 일본대로 한국에 대해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 협상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는 일본측 인사들은 비공식적 자리에서 필자를 만나게 되면 한국측이 일본의 대한 투자와 다양한 분야의 경제협력을 희망하면서도 막상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국내의 투자환경 개선에는 별 진전이 없다고 불평한다.

또 5년간 끌어온 한일 FTA인데도 한국측의 준비가 부족한 게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둘째, 한일 FTA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대한 비전과 전망에 대한 인식공유가 미흡하다. 한일 FTA는 양국이 과거와 같은 대립과 갈등에 종지부를 찍고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기 위한 시금석으로서 보다 의미있게 자리매김되어야 한다.

최근 역내국가간 무역·투자 의존도 증대, 외환위기, 중국의 부상, EU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대두 등의 요인을 배경으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도 적극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 지역에서는 북핵위기, 일본의 과거사 문제의 미해결에 더해 우경화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와 역사논쟁 및 영토분쟁 등 주변국간의 대립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러한 긴장속에서 한일 FTA 협상이 역내의 궁극적인 지향점에 대한 미래지향적 의의를 공유하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쌍방간의 손익 계산서만을 따지는 제로섬 게임을 하고자 한다면 한일 FTA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공유해야 하는 비전이 다른 역내 구성원 모두에게도 필요하며, 한일 FTA 논의과정이 주요한 이해 당사자인 중국 및 아세안, 나아가 미국 EU 등의 역외국에 소외감을 주는 것이 되어선 안된다는 것을 뜻한다.

셋째, 한일 FTA의 체결을 위한 내부여건의 미조성이다. 한일 양국이 각각의 FTA 체결과정에서 보여준 일련의 대응양상은 FTA라는 대외협상 못지않게 자국내의 이해관계 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 입증하고도 남는다.

한국의 핵심 부품·소재 산업(특히 중소기업)과 일본 농수산업의 구조조정을 초래할 수 있는 한일 FTA를 원만하게 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간 협상의 내용과 더불어 이를 위한 내부적 여건의 조성이 필수불가결하다.

무엇보다도 FTA 추진에 대한 정치 지도자의 확고한 신념이 필요하다. 한국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한편 역내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종합적인 FTA 전략도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취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이해당사자간의 이해조정을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이를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한일 상호간의 신뢰회복, 한일 FTA의 미래지향적 비전에 대한 공유, 한일 FTA 체결을 위한 내부여건의 조성은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면 한일 관계사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한일 경제공동체가 출현하는 날이 앞당겨지리라 믿는다. 한일협력은 한일 FTA의 출발점인 동시에 도착점인 것이다.

/김양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39세 세종대 경제학과 졸업, 일본 도쿄대 대학원 석·박사(경제학) 논문 "한일 FTA의 주요 현안과 과제-한국의 시각"(2004년 4월 발간 "동북아경제연구") 등 다수

협찬:SK 주식회사

■日의 FTA추진 현황

일본은 자유무역이 곧 국익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경제대국이다. 그래서 세계무역기구(WTO)의 전신인 관세무역일반협정(GATT) 시절부터 다각적인 무역교섭의 틀을 존중해 왔다. 반면 2국간·지역간 교섭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블록경제화로 발전할 가능성 등을 들어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했었다.

그런 일본이 2002년 11월 싱가포르와 처음으로 FTA를 맺은 이후 경쟁을 하듯 2국간·지역간 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멕시코와 기본합의 상태에 있으며, 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는 정부간교섭을, 중국과는 공동연구를 각각 수행하고 있다. 아세안 중에서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과는 양자 교섭이 진행중이다.

일본이 FTA를 WTO의 교섭틀과 함께 자국의 주요 통상정책 수단으로 수용하게 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WTO가 2005년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신다자간무역교섭(도하 신라운드)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WTO를 보완하기 위한 하나의 대체 수단으로 FTA를 채택했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들어 갑자기 활발해진 FTA의 흐름에서 뒤쳐짐으로써 당한 불이익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예를 들어 1994년 미국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멕시코가 2000년 유럽연합(EU)과 다시 FTA를 체결하자 일본은 EU국가들에 비해 수출에서 열세를 보이는 등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겼다.

또한 일본보다 한발 앞서 아세안과 FTA 체결을 추진한 중국과 인도 등 역내 라이벌의 존재가 일본을 경쟁적으로 FTA에 몰입하게 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일본은 2002년 11월 중국이 아세안과 10년 이내에 FTA를 완성하겠다고 표명하자 초조한 모습으로 본격적인 FTA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일본정부는 FTA가 중장기적으로 일본 경제를 안정·발전시킬 수 있는 열쇠로 생각하게 됐다. FTA가 자국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하고 구조개혁을 촉진해 경제활성화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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