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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나를 치유한 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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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나를 치유한 강원도

입력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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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이곡리 333. 나의 현주소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산골마을 초입에 덩그러니 버려져 있던 폐교를 찾아내 로빈슨 크루소처럼 살고 있는 나의 엉뚱함을 모두들 의혹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았고 이제 나는 유유히 그런 우려를 부러움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일에 파묻혀 앞만 보고 달려온 끝에 나는 몇 년 전 남들은 중년에나 생길 법한 병으로 쓰러졌다. 몸만 쓰러진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쓰러진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돌파구로 생각한 것이 바로 강원도 행이었다. 거창한 환경운동이나 귀농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여유로운 전원생활과는 더더구나 거리가 멀었다. 한 가지 믿음은 자연은 오랫동안 쌓여온 피로와 피폐함을 치유하고 새로운 에너지와 영감으로 나를 충만하게 해 줄 거라는 것이었다.단순하지만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갈구한 나에게 자연은 놀라운 은혜와 변화를 주었다. 요즘 웰빙이 자랑하는 요란스러운 방법이 아니더라도 자연의 섭리에 충실한 생활만으로 내 몸과 마음이 모두 살아나 의사로부터 이제 더 이상 약이나 병원이 할 일이 없다는 공식 선언을 듣게 된 것이다. 강원도가 나를 살렸으니 이제는 내가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기서도 전공을 살려 할 일을 찾아내니 덩달아 주변이 온통 강원도와 관련한 일로 분주하다. 서울에서의 역동성과 평창의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이중생활은 이제 익숙한 것이 되었다.

그래도 곧 있을 '대관령국제음악제'를 준비하는 동료들과 함께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맞는 대학로의 황량한 새벽보다 평창 우리 마을의 싱그러운 아침이 더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선철 공연음반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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