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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테러공포와 집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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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치]테러공포와 집단사고

입력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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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신문 1면에 나란히 실린 두 기사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고 느꼈다. 하나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가 이라크 침공은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잘못된 정보판단을 토대로 이뤄졌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기사다. 다른 하나는 우리 정부가 파병물자 수송선을 비롯한 민간선박에 테러위협이 있다는 정보판단에 따라 테러 비상령을 내렸다는 기사다.미국의 사례를 빌미로 곧장 우리 정부의 정보판단까지 의심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쟁과 테러 등 국가 안보에 핵심적인 정보가 어떻게 해서 미국처럼 첨단 정보능력을 지닌 나라에서 오용되는가를 살핌으로써, 흔히 말하는 정보의 세계의 속성을 잠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미 상원 정보위는 이라크 침공에 주된 명분을 제공한 대량살상무기 정보는 모호한 첩보를 결정적 증거로 해석한 그릇된 집단사고(group think)의 소산이라고 CIA를 나무랐다. 공화 민주 양당 대표는 이 정보가 잘못임을 알았다면, 이라크 침공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국제적 공지사실이 된 정보 과장 내지는 조작 책임을 CIA에 떠넘기고, 정부와 의회의 전쟁 공조 책임은 회피하는 성격이 다분하다.

그 근거는 이라크 침공 전후의 논란을 되돌아보면 이내 발견할 수 있다. 당시 미국 정부와 주류 언론이 대량살상무기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잇따라 공개하고 보도하는 가운데, 비판적 언론은 국방부를 비롯한 행정부와 CIA 사이에 증거의 신뢰성을 놓고 심각한 갈등이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 사례가 막바지 논란이 집중된 이라크의 핵물질 밀수와 트럭탑재 화학무기설비 증거의 진정성을 둘러싼 갈등이다.

후세인이 핵물질을 밀수한 거래서류를 증거로 제시한 주장은 블레어 영국총리가 들고 나왔고, 이동식 화학무기설비 주장은 이라크 점령 뒤 임시정부수반이 된 찰라비 등 망명세력이 뒷받침했다. CIA 내부에서는 이런 주장의 신뢰성을 회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럼스펠트를 비롯한 강경 네오콘 세력이 주도하는 국방부와 국가안보위원회(NSC)가 밀어 부쳤고, 중립적이라던 파월 국무장관도 끝내 의회와 안보리에 이 증거를 제시해 침공 대세를 굳혔다.

중요한 것은 이 정보들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황당한 것이란 지적이 처음부터 많았는데도, 정부와 주류 언론이 조성한 이라크의 위협에 대한 경계심 내지는 공포에 가려져 묻힌 사실이다. 핵무기 테러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모호한 첩보를 그대로 믿는 집단사고가 지배한 것은 전문가 집단인 정보기관이 아니라, 의회를 포함한 미국 사회와 여론이라고 해야 옳다. 유엔사찰단이 대량살상무기 증거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한갓 종이쪽에 불과한 핵물질 밀수서류란 것을 갑자기 부각시키고 주목하는 것이 이상하고, 이동식 화학무기설비는 흔한 대공사격 표적용 풍선을 부풀리는 수소발생장치라는 지적 등을 모두 외면한 것을 달리 이해하기 어렵다.

영국 의회도 오늘 정부의 정보판단 과오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내놓는다. 그러나 뒤늦은 반성과는 별개로, 전쟁과 테러에 관해 그릇된 집단사고를 유도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저항세력의 공격은 실제보다 축소하는 대신, 실체가 모호한 알 카에다 등 국제 테러세력의 위협은 근거 없이 과장하는 것이다. 국제적 파문을 부른 외국인 납치 등의 테러와 테러위협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상황을 호도하고 저항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려는 공작으로 의심하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 정보는 소홀히 다룰 수 없다. 그러나 저항세력의 공격양상과 능력에 비춰, 다국적 해군이 초계하는 페르샤만 국제 항로의 테러 위험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은 어색하다. 특히 우리 구축함이 호위하는 자이툰부대 물자수송선의 대비태세를 유난히 강조하는 것은 파병의 본질적 논란대신 안전에만 신경 쓰도록 집단사고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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