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문화예술을 가까이 할 기회를 만들어줍시다.”박성용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은 최근 이런 문구로 시작하는 편지를 각계각층 7,700여명에게 보냈다. 메세나는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활동을 가리키는 것으로, 협의회는 이 과정에서 다리역할을 한다.
직접 작성한 편지에서 박 회장은 순수예술의 아름다움을 접할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메세나에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그가 편지에서 쓴 대로 어린시절에 본 한 편의 연극, 음악회, 인상 깊은 책 한 권이 주는 감동만큼 평생을 가져갈 선물도 없을 것이다.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물려주고 문화를 통한 아름다운 사회공헌을 가르쳐주자”며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명작동화 ‘플란더스의 개’에서 화가를 꿈꾸던 주인공 소년 네로는 추운 겨울날 성당의 루벤스 그림 앞에서 얼어죽는다. 그 장면이 하도 슬퍼서 눈물을 뚝뚝 흘린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네로의 영혼을 사로잡은 루벤스의 그림은 얼마나 훌륭한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또 꽃도 피우지 못하고 져버린 꼬마 예술가가 애처로워 가슴이 아팠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어른이 된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이 편지가 지적한 대로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을 가까이 접하면서 자란 사람은 창의력도 남다르고 정서적인 안정감, 관용의 마음, 감수성도 갖추게 될 것이다.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다. 아이들이 행복하면 세상이 행복해진다.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아름답게 가꾸고 키워주려고 애쓰기보다는 성적 올리기에 치중하곤 한다.
예술교육도 입시를 겨냥해서 시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예술 감상조차 감동이나 기쁨과는 거리가 먼 점수따기용 숙제가 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은 규모와 참여가 늘고 있지만, 어린이를 위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다.
곧 여름방학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문화예술을 만나고, 거기서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추억을 얻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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