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오페라광이자 국내에 하나 뿐인 클래식 전문 음반가게 풍월당(서울 압구정동)의 주인 박종호(44)씨가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시공사 발행)이라는 책을 냈다.여러 잡지와 신문에 오페라 칼럼을 써왔고, 클래식 음악감상실 '무지크바움'(서울 신사동)의 공동설립자이기도 한 그는 본래 정신과 의사. 음악이 좋아서 구리와 부산에서 다른 의사들과 공동 운영하던 병원 일까지 접고 풍월당을 차렸다.
"남들은 미친 짓이라며 말렸지만, 인구 1,000만의 대도시 서울에 클래식음반점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냐 싶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남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서" 가게를 낸 지 지난 달로 꼭 1년이 됐다.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가 어떤 음악을 들으면 좋겠냐는 거였어요. 그런 분들께, 또 좀더 친근하게 음악에 다가가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책을 쓰게 됐죠."
이 책은 30여 년에 걸친 그의 음악 편력기다. 클래식음악 감상법을 일러주거나 좋은 음반을 소개하는 안내서가 아니라 철저히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써 내려간 추억의 노트다.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며 400회이상 공연을 보는 등 10년 가량 계속해온 음악여행의 추억도 갈피갈피 풀어놨다. 자신처럼 의사가 될 뻔했던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의 고향 베네치아에서 한참 감회에 젖었다가 시노폴리가 남긴 음반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이다. 레지던트 시절 레이저디스크로 하차투리안의 발레음악 스파르타쿠스를 사놓고 플레이어가 없어 몇 년간 밤마다 음반표지만 쳐다보면서도 가슴 설레던 애틋한 사연도 많다. 말미에는 '나만의 추천음반' 을 소개하고 간결한 설명을 붙였다. 대부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반으로 골라서 더욱 쓸모가 있다.
이 책은 지식을 자랑하거나 고답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음악에 빠져 기뻐하고 슬퍼하며 행복했던 지은이의 고백이 잔물결처럼 밀려들며 독자를 음악의 세계로 싣고 간다.
클래식음악 중에도 그가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책을 쓸 계획"이라고 한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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