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김선일씨 피살사건에서 드러난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능력 부재와 시스템의 난맥상을 질타했다.그런데 야당 의원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김씨 피살사건의 책임자로 단정하고 이종석 사무차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데 힘을 기울인 반면, 여당 의원들은 NSC를 놓아둔 채 외교부만 몰아세워 대조를 이뤘다. 김씨 피살사건과 같은 중대사안을 추궁하면서도 여야가 각각 정략적 고려를 개입시킨 결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은 "NSC가 지금처럼 외교부 국방부 국정원 등을 통제하고 지휘하는 조직으로 남게 된다면 다른 부처들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면서 "현재의 NSC를 폐지하거나 조직을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어 이해찬 총리에게 "이 차장은 김씨 피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해야 하는데,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같은 당 정문헌 의원은 "NSC는 정보의 수집력과 소화력이 떨어지는 데도 '코드 인사'로 인해, 정보와 정책을 독점하는 권력기구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여옥 의원은 "국민의 생명보장이라는 최소한의 안전 의무도 못하는 정부가 무슨 명목으로 세금을 걷고, 온갖 의무를 다하라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추궁했다.
자민련 김학원 의원은 "김씨 피살사건은 정부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외교무능의 표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NSC의 비대화로 인해 기존의 외교·안보분야에 공황상태가 초래됐다"면서 "NSC와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분리, 기존 외교·안보 기능을 총괄토록 한 것은 특정인(이 차장)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이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역시 비판대열에 가세했지만, NSC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고 그나마 추궁의 강도도 떨어졌다. 선병렬 의원은 "주 이라크 대사관이 가나무역과 유착해 편법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한 의혹과 임홍재 이라크 대사의 출장배경 등이 외교부가 '뭔가 감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적했다. 임종인 의원은 "김씨 피랍 이후 정부는 왜 가장 먼저 파병방침부터 재확인했느냐"면서 "이러한 대응방식이 과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정부의 대응책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해찬 총리는 답변을 통해 "NSC가 김씨 피살사건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으나 다른 분야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면서 이종석 차장을 옹호했다. 한편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사퇴용의를 묻는 질문에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라고 피해가다, 한나라당 의원들로부터도 "모든 것을 감사원에게 미루느냐"는 빈축을 샀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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