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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유車 배출가스 기준 완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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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유車 배출가스 기준 완화 안된다

입력
2004.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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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3.5톤 이상 버스나 트럭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유럽연합(EU) 현행 기준인 '유로?' 수준으로 강화하는 시행규칙이 발효되던 날, 환경부는 느닷없이 이 규칙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현대자동차가 기술 개발이 늦어져 새 기준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기준 적용을 2개월 연기하기 위해서다. 특정 업체에 불과 한두 달의 여유를 주기 위해서 기준 발효 당일에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가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오염의 심각성은 잘 알려져 있다. 수도권 대기오염이 도쿄나 제주도 수준만 되어도 평균수명이 3년은 길어진다는 통계도 있지 않은가. 대기오염물질 중에서도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이 문제인데 경유를 사용하는 대형차가 주요 배출원이다. 그러나 이들 차량의 배출가스 기준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음션薩?때문에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 강화될 예정이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환경과 국민의 생명이 경제논리에 밀린 것이며, 대기오염 개선 정책들이 경유차환경위원회, 민관합동 테스크포스 등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결정되었던 만큼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생산이 중지될 경우 부품업체와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했으며, 동종 업계의 다른 업체들도 동의했기 때문에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예고된 일정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확인되거나 사회적 부담이 지나치게 클 경우에는 합리적 절차를 통해 일부 조정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번에 강화될 기준은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는 물론 국내의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이미 달성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결국 시험 준비를 하지 못한 학생 한 명 때문에 시험 당일 느닷없이 시험을 연기해 버린 것과 같다. 그러면서 다른 학생이 동의했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식인데, 다음에 다른 학생이 이번에는 내가 사정이 있으니 시험을 연기하자고 하면 어찌할 것인가?

경제를 고려했다는 것도 극히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세계적으로 자동차업계는 과잉 투자된 시설과 날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로 인해 심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정해진 환경규제 일정에 맞춘 기술 개발에 자동차회사들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 분야의 환경규제 정책은 그 어떤 분야보다 공평하고 예측가능해야 한다. 우리끼리 적당히 해도 되는 시절은 지나갔다.

이번에 개정될 시행규칙은 환경부의 책임과 권한 안에 있다. 이제 와서 환경부 장관이 다른 경제부처 핑계를 대는 것은 구차하다. 이번 조치는 환경정책을 비롯한 정부정책 전반의 공정성, 예측가능성, 신뢰성을 손상시켰고, 국가경제에도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이런 잘못의 수습은 단호하고 명료해야 한다. 대통령은 책임질 사람에 대해 조속한 시일 안에 책임을 물음으로써 이번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대내외에 알려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신뢰와 법의 권위가 바로 선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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