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서울구치소를 찾아 불법대선자금 수수혐의로 수감중인 여야 인사 13명을 차례로 면회했다. 또 9일에는 최근 석방된 이상수 이재정 전 의원이 정대철 전의원 등을 면회하는 등 최근 여권 인사들의 서울구치소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부산한 움직임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구속된 이들에 대한 사면 복권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핵심부의 기류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대세이며, 여론의 시각도 곱지는 않다. 그러나 정 전의원 등의 여권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수감자들의 하소연, 불만
6일 천 대표의 면회는 오후 3시께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율사 출신인 우윤근 원내부대표가 배석했다. 우 의원은 "위로와 함께 법률적으로 도울 부분이 있나 들어보자는 취지로 면회를 간 것"이라며 "간 김에 한나라당 인사들도 만났다"고 전했다.
수감된 이들은 저마다 소회와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조속한 사면 복권 요구가 많았다. 정대철 전 의원은 "한 시대를 정리하고 정치가 맑아지는 계기가 됐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김영일 전 사무총장은 "우리로서 한 시대, 구 시대가 정리되지 않았나 싶지만 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랬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나라당 최돈웅 전 의원도 "그 시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든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같은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안희정씨는 "나는 죄값을 달게 받고 갈 테니까 다른 분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담담한 태도를 보였고, 서정우 변호사 역시 "내가 잘못한 것을 어쩌겠나"며 달관한 듯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은 "사실관계도 그렇고 법률관계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수감자들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천 대표는 "잘 알겠다. 잘 살펴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돕겠다"는 등 원론적인 답변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與 정대철 고심, 조심스런 사면 복권론
여권은 특히 정 전의원이 강한 불만을 달래느라 고심중이다. 6일 천 대표와의 면회에서 정 전의원은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면을 언급하면서 여권 전체에 대한 서운함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상수 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는 '감탄고토(甘呑苦吐·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고 여권 핵심부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의원은 "정권 재창출의 1등 공신인 나에 대해 사면을 요청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등의 불만도 터뜨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무슨 놈의 청와대냐"며 아들 호준씨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가는 것도 반대했을 정도로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고 여당의 한 의원이 전했다.
여권 일각에선 "대화합 차원에서 통치권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쯤에서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천 대표는 일단 "지금 그 얘기 할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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