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구속기속된 재독학자 송두율씨 사건을 다룬 MBC ‘PD수첩’의 ‘송두율과 국가보안법’편(13일 밤 11시5분ㆍ사진)을 둘러싸고 MBC 경영진과 제작진이 갈등을 빚은 데 이어, 대법원이 우려를 표명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대법원은 9일 MBC에 보낸 공문에서 ‘방송은 재판이 계속중인 사건을 다룰 때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심의규정 11조를 들어 “제작과 방송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송씨는 3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 받았으며, 지난달 30일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이 구형된 뒤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앞서 MBC 경영진도 7일 같은 이유로 ‘제작 중단’ 지시를 내렸다가 제작진과 노조가 크게 반발하자, 112일 시사교양국장 주재의 시사회를 거친다는 조건으로 중단 지시를 철회했다.
송일준 ‘PD수첩’ 책임PD는 이에 대해 “대법원이 방송내용도 알지 못한 채, 일부 신문의 여론몰이에 휩쓸려 공문을 보낸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예정대로 제작, 방송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야당 의원 상당수도 국가보안법 개폐에 동의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송두율씨 사건을 토대로 국보법 개폐논쟁의 쟁점을 차분하게 짚어보자는 것이 기획의도”라면서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줄 의사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MBC 노조는 비록 철회하기는 했지만 ‘제작 중단’ 지시가 ‘편성, 보도, 제작의 실무책임과 권한은 국장에게 있다’고 규정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하자 9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제작 중단 지시는 1990년 우루과이라운드 파장을 다룬 ‘PD수첩’의 방송보류 지시 이후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제작의 독립과 자율성을 뒤흔드는 폭거”라면서 “향후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의 잘못 인정과 재발방지 약속을 반드시 받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노사 양측은 경영진이 ‘제작 중단’ 지시의 근거로 제시한 ‘각 부문 본부장이 총괄관리 책임을 지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는 요지의 2000년 9월 노사실무 협의회 회의록의 효력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12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워낙 의견대립이 팽팽해 ‘PD수첩’ 방송의 사회적 파장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이 편성ㆍ제작권을 둘러싼 노사간 다툼으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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