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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해보니 그 분 심정 알만"/'영웅시대' 김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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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해보니 그 분 심정 알만"/'영웅시대' 김갑수

입력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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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씨 캐스팅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정몽헌 회장을 떠오르게 하는 연기에 눈물이 나더군요.’MBC 월화드라마 ‘영웅시대’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1ㆍ2회에서 세기그룹 천사국 회장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갑수(47)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 천사국은 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을 모델로 한 캐릭터. 김갑수는 대북사업과 관련해 검찰의 조사를 받다 끝내 사옥 집무실에서 자살한 정몽헌 의장의 심리를 밀도 높게 그려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컸던 재벌 그룹의 총수가 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분의 생각이나 모습이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는 ‘영웅시대’ 출연을 결심한 것에 대해 “‘아니 그 돈 많은 사람이 왜 쉽게 죽느냐’라는 누구나 느끼는 궁금증을 풀어보고 싶어서 였다”고 했다. 연기를 통해 김갑수는 자연스럽게 그런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냈다. “비록 세트장이지만 검찰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는 장면을 촬영해보니까 분위기가 웬만한 사람은 떨려서 이야기도 잘 못하겠더군요. 정몽헌 회장도 조사를 받았을 때 힘이 들었을 거에요.”

천사국 회장의 자살장면에서 몸을 반개폐식 창문 밖으로 내미는 장면을 촬영한 그는 “언뜻 보기엔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지만, 실제로 몸을 내밀어보니 충분히 사람이 뛰어내릴 수 있겠더라”며 “연기를 하는 입장이지만 가슴이 저며왔다”고 고백했다.

그런 그의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것일까? ‘영웅시대’의 천사국 회장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준 그는 ‘현대를 사랑하는 모임(cafe.daum.net/hyundaisalang)’으로부터 정몽헌 회장 1주기 추모행사에 초대를 받기도 했다. “40회부터 다시 천사국 회장 역으로 얼굴을 비출 예정이에요. 그때는 죽음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던 그분의 모습 말고도 기업가 대신 문학에 더 열정을 품었던 한 인간의 모습을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싶어요.”

정몽헌 의장 말고도 그가 그려내야 할 인간상은 부지기수다. 8월 8일 종영을 앞둔 KBS 1TV 대하사극 ‘무인시대’에서는 권력을 위해서 동생마저도 죽이는 냉혹한 1인자 최충헌을 연기하고 있고,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릴 2TV ‘해신’에도 출연한다.

게다가 10월부터 방영할 예정인 SBS ‘토지’에서는 “천하에 이렇게 나쁜 놈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우리시대 최고의 악인 조준구 역”을 맡았다. “시청자들이 저렇게 나쁜 놈이 있냐고 욕하면서도 또 무슨 악행을 저지를지 볼 수밖에 없는 ‘즐길 수 있는 악역’으로 그려보려고요.”

죽음이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재벌총수부터 고려시대 무인정권의 최고 권력자, 친일파로 부와 권력을 축적하는 악인까지 배우 김갑수의 연기변신은 그 폭을 가늠하기 힘들다. 그는 “전혀 다른 인물을 그려내는 일이라서 오늘은 최충헌, 내일은 조준구, 그 다음날에는 정몽헌 회장을 연기하는게 즐겁다”고 했다. 그런 그의 즐거움은 곧 시청자들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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