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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3명·소아과 의사의 유쾌한 수다/자녀는 몇명이 적당하며 어떻게 해야 잘 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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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3명·소아과 의사의 유쾌한 수다/자녀는 몇명이 적당하며 어떻게 해야 잘 키울까

입력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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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 명 키우기도 힘들다는 저출산 시대. 아이는 부모의 기쁨이자 보람이지만 동시에 무거운 짐인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셋째 아이 보육료를 면제해 주는 등 갖가지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아이 낳기는 망설여진다. 과연 자녀는 몇 명이 적당하며 어떻게 해야 잘 키우는 걸까?정답 없는 질문에 자녀가 1명인 엄마 윤근영(30ㆍ해태제과 대리), 2명인 엄마 김은희(34ㆍ유스콤 대표), 3명인 엄마 전은혜(32ㆍ전업주부)씨가 모여 유쾌한 수다를 떨었다. 유명 육아지침서‘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소아과의 하정훈 원장도 함께 했다.

- 아이는 몇 명이 적당할까

전은혜: 초등학교 1학년인 딸, 5살과 돌을 갓 지난 아들이 있어요. 셋 낳기를 계획한 건 아니지만 셋째가 생겼을 때 나 편하자고 포기할 순 없었어요. 주위에선 은근히 포기를 강요했지만…. 사실 3명을 키우니 몹시 정신이 없어요.

김은희: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5살짜리 딸을 가진 엄마입니다. 하나는 외롭고 셋은 부담되니 둘이 적당하다고 생각했죠. 외동아이는 성격이나 행동에서 티가 나요. 자기 물건은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양보도 않고….

윤근영: 18개월 된 아들을 키우는 초보엄마에요. 이 팍팍한 세상에 1명만 낳아 온 힘을 집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남편은 하나 더 낳자고 하지만 전 망설여져요. 아이가 둘이 되면 아무래도 직장을 그만두고 제 인생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서요.

하정훈: 아이가 1명인 엄마에게 하나 더 낳으라고 하면 거의 모든 엄마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요.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육에 신경써야 하는데 우린 아직 멀었어요. 셋째 아이 보육료 면제도 그래요. 첫째를 편안히 키워야 둘째, 셋째도 낳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인데, 첫째는 알아서 키우라고 하고 셋째를 지원한다는 것은 순서가 틀린거죠.

- 엄마는 아이의 ‘로드 매니저’

김: 다재다능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 첫째 아이에겐 영어, 미술, 인라인 스케이팅을 가르쳐요. 최근엔 악기도 하나 다루면 좋을 것 같아 바이올린을 시켜요. 지역 문화센터나 청소년 수련관을 이용하면 돈이 많이 들지도 않아요. 대신 수강 경쟁이 치열해 새벽부터 줄을 서야 하죠. 엄마는 아이의 ‘로드 매니저’라는 말이 실감나요.

전: 예전엔 아이가 중ㆍ고등학생이나 돼야 엄마들이 슬슬 아이들 영어공부에 신경쓰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어릴 때부터 걱정을 하죠. 오죽하면 엄마들 최대 고민이 아이들 영어공부잖아요.

윤: 아는 엄마 중에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방문 영어선생님을 붙이고 짐보리, 하바 등에 아이를 보내는 사람이 있어요. 비판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따라 하지도 않을 거에요. 나름대로 육아원칙을 세워 아이가 하고 싶은 것만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싶거든요.

- 아이가 커가면서 흔들리는 원칙들

김: 아이가 어릴 땐 내 소신대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해요.

전: 저도 그래요. 첫째 아이는 다른 것 필요 없이 무조건 맘껏 뛰놀게 키웠어요. 그런데 유치원에 보내고 보니 또래 아이들이 모두 한글을 줄줄이 깨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아차 싶었죠.

윤: 공동육아다 대안학교다 해서 개성과 창의성을 맘껏 살려주는 곳에 아이를 보내고 싶은데 한번 더 생각하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어요. 외국으로 나가지 않는 한 어차피 때가 되면 제도권 학교에 가야 되고 그러면 다 똑같아 질 거니까요.

전: 남편과 가끔 이런 얘기를 히요. 돈 쏟아 부어 대학 보내봤자 졸업하면 회사 취직하고 나이 들면 명퇴로 고민할 것 뻔하니, 차라리 교육에 투자할 돈, 차곡차곡 모아 나중에 아이에게 물려줘 돈 걱정 없이 살게 해주는 게 낫지 않냐고….

- 아빠의 육아참여 몇 점인가

김: 남편한테 불만이 많아요. 아이는 오로지 엄마 몫이라고 생각해요. 아빠가 함께 놀아 준 아이는 인성적으로도 밝다고 해요.

전: 아빠는 퇴근해 집에 오면 쉬고 싶고, 온 종일 아이에게 시달린 엄마는 퇴근한 아빠에게 아이를 넘기고 싶은 게 사실이에요. 오죽하면 아빠들이 퇴근을 ‘제2의 출근’이라 하고 아이 때문에 밤새 잠을 설치고 출근할 땐 문을 나서며 하는 인사가 ‘나 쉬러 간다’겠어요.

윤: 그러고 보면 우리 남편은 점수를 많이 줘야 할 것 같네요. 기저귀 갈고 젖병 삶는 실력은 거의 도사급이니까요.

하: 우리 아빠들은 아이와 노는 방법을 몰라요. 또 야근, 회식 등 저녁에 회사에 붙들려 있는 경우도 많구요. 그러니 일주일 동안 아빠 얼굴 한번 못 보는 불쌍한 아이가 생기잖아요. 아빠도 육아의 공동책임자라는 인식이 어서 빨리 뿌리내리도록 우리 모두 노력하자구요.

글 사진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 외동아이 버릇 들이려면

흔히 외동아이는 버릇없고, 이기적이고, 의지가 나약하다고 한다. 오죽하면 중국에서 외동아이를 '소황제'라고 부르겠는가. 그렇다면 금쪽 같은 우리 외동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전문가들은 부모의 과잉보호가 버릇없는 외동아이를 만든다고 지적한다. 매사 '오냐 오냐'하며 아이가 원하는 건 다 들어주고, 버릇없이 굴어도 귀엽다며 그냥 웃어넘기는 부모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정훈 원장은 "아이 버릇은 생후 8개월부터 가르쳐야 크면서 해서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구별할 줄 알게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이 응석을 무조건 돈이나 물질로 해결하면 오히려 아이를 더욱 의존적으로 만든다. 또 어른에게 반말을 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 때는 따끔하게 혼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잔소리는 금물.

하지만 혼자 놀거나 늘 엄마랑 노는 것이 습관이 된 아이는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등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 원장은 "형제와 함께 자란 아이들은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 타협과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어떻게 상대방에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터득하지만 혼자 자란 아이는 배려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고집불통이 되기 쉽다"면서 "아이를 무조건 옆에 끼고 있지 말고, 또래가 있는 이웃집이나 각종 모임에 자주 참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래들과 자주 부대끼면서 협동심과 양보심을 경험하고 세상엔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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