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의 대의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양대 축은 국토의 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다. 특히 권력의 지방분권화, 경제력의 분산화를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은 출범 초기부터 참여정부가 내건 정권적 이념이었다.행정수도 이전은 과거 조선시대부터 누적된 수도권과 지방의 구조적 불균형을 일거에 타파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논리이다. 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 인구의 절반(47.2%)이 몰려 살고,공공기관의 85%, 제조업의 56.4%가 집중되는 상황을 방치하고서는 국토의 균형발전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정수도 건설추진단내 '개발비용 및 효과 태스크포스팀' 안성호 대전대 교수는 "지방자치 실시 10년이 넘었지만 비수도권의 총량 경제력은 1990년대 이후 계속 감소하는 반면, 국가권력과 경제력은 수도권에 더욱 집중되고 있다"며 "심한 동맥경화증에 시달리는 수도권과 영양 실조로 비틀거리는 지방을 구해낼 유력한 정책수단은 신행정수도 건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요 행정기관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청와대 및 국무총리 직속기관, 행정부 등 74개 주요 행정기관과 국회 대법원 등 11개 헌법기관을 포함, 85개 주요 국가기관의 이전이 잠정 확정됐다. 정부는 이와 함께 수도권에 소재한 268개 공공기관 중 180∼200개를 2012년까지 지방으로 이전키로 했다. 공공기관은 지역 특성화 및 지역 혁신계획에 맞춰 산업 특성별로 집단 이전 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학계를 비롯한 상당수 전문가들은 충청권으로의 신행정수도 이전은 국토와 인적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선진국들의 정책과는 상반된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이른바 '집적(集積)의 경제'에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에는 한 지역에 과도한 인구가 몰려 있는 게 부담이 됐지만 최근에는 고도의 디지털화와 경제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경제활동군이 모여 있는 대도시의 단위 생산 효율이 오히려 지방보다 높다는 주장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도 최근에는 수도권의 과밀화를 강제로 분산시키지 않고 오히려 집적된 경제 요소들을 십분 활용해 국제 경쟁력을 키워 나간다는 것이다.
숭실대 김성배(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수도권 집중화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전세계적 대세인 '집적 경제의 효과'를 간과한 것"이라며 "충청권 보다 서울서 멀리 떨어진 광주를 호남권의 중심으로, 부산을 경남권의 중심으로 집중 개발하는 것이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대도시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 한 것은 서울에 견줄만한 지방 도시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경제도 어렵고 외국자본이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는 현재 상황에서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충청권 보다 광주, 부산 같은 기존 대도시를 육성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정부는 충청권에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면 수도권에 집중됐던 경제·정치·문화적 무게추가 지방으로 고르게 퍼져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행정수도가 반드시 지리적 중심지인 충청권으로 가야만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검토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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