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은행 영업점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은행권이 현재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경영에서 미래 사업에서의 역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방카슈랑스, 프라이빗뱅킹(PB) 등 은행권의 미래 사업 영역에서 수익 기반을 갖추지 못할 경우 당장의 손익과 무관하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의 영업점 평가 기준을 보면 이 같은 은행 전략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올 상반기 '영업점 경영종합평가 기준'에서 수익성 항목과 비수익성 항목에 각각 50% 가량의 배점을 부여하고 있다. 두 영업점이 똑같이 연간 50억원의 수익을 냈더라도, 비수익성 지표의 점수에 따라 영업점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각 은행들이 비수익성 항목 중에서도 '단골고객 관리'에 점차 높은 배점을 부여하는 추세라는 점. 이는 PB 경쟁 심화와 함께 우량 고객 지키기가 향후 은행간 우열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총 1,000점의 배점 중에서 비수익성 항목에 450점을 부여하고 있는 조흥은행의 경우 '단골고객 관리도' 배점이 유난히 높다. 특히 상반기 70점 배점에서 하반기에는 200점으로 대폭 늘려 전체 영업점 실적 평가의 20%를 단골고객 관리에 부여할 계획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신규 고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충실한 단골 고객을 얼마나 지키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주거래화, 고객 만족 등 전략적 항목에 전체 영업점 평가 배점의 20%를 부여하고 있다.
전통적인 은행 수익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 외에 수수료 영업에 대한 배점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은행의 경우 총 1,000점 중 500점의 수익성 배점 중에서 100점을 비이자수익(수수료) 항목에 부여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비이자 이익 항목에 상대적으로 적은 30점(총점 1,050점)을 책정하고 있지만, 방카슈랑스(40점) 수익증권(30점) 등 수수료 연관 상품 판매 실적을 중시한다.
최근 연체 관리에 비상이 걸리면서 자산건전성 항목에 대한 중시도 두드러진다. 우리은행의 경우 '평균연체비율' 항목에 10%(100점), 조흥은행도 '연체 관리' 항목에 11%(110점)의 가중치를 두고 있다.
국민은행 정연근 부행장은 "과거처럼 예대 규모와 현재의 수익만으로 영업점을 평가해서는 은행이 발전할 수 없다"며 "어느 은행이 발 빠르게 미래 사업 영역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느냐에 향후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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