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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16개월의 시행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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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프리즘/16개월의 시행착오

입력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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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의 취임과 함께 터진 현직 장·차관의 인사청탁 개입 논란으로 나라가 들썩거리는 동안, 이창동 전 장관이 슬며시 물러갔다. 취임 초기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을 만큼 파격적인 언행과 정책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던 그가 공익근무라고 표현한 16개월의 장관직을 마치는 순간은 너무나 조용했다. 전적으로 이번 파문 덕분이다. 이 전 장관은 언론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잇따랐지만 "떠나는 사람이 무슨 말이 있겠느냐"면서 모두 거부한 채, 처음처럼 산타페를 몰고 떠났다.이창동장관 조용한 퇴장

취임 일성으로 관료조직을 '조폭문화'로 비유하면서 자율과 소통을 중시했던 그가 문화부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그를 좋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그가 인간적으로 진솔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실제로 손수 운전을 한다든가, 자유 복장을 허용하면서 '계급장 떼고'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는 스타일로 관료사회에 찌든 권위주의의 때를 일부라도 벗겨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이상주의적 태도와 일부 언론에 대한 반감이 지나쳐 결국은 대중들과 소통하지 못한 채 시행착오만 거듭했다는 평가도 적잖다. 최근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문화부 직원에게 이 전 장관이 100점 만점에 몇 점쯤 되는지 물었더니 '75점'이라고 답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는데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준 이유에 대해 "대외적인 업무가 서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 하나가 언론홍보운영방안이 아닌가 싶다. 당초 기자들이 사무실 업무공간을 드나드는 것을 막는 대신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이 방안은 부작용이 컸다. '일 좀 하려는 직원은 답답하고, 일 안하는 직원은 정말 편하게 만들었다'는 말도 나왔다.

또 공개자료도 한 부서의 전산용품 구입 내역을 비롯해 국고보조금 교부요청, 외국 수입 비디오물 관련응답 등 일반 국민들에게는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관심 있는 사람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한 통화만 친절하게 받아주면 끝날 일을 여러 직원들이 매달려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들이 정작 알고 싶어하는 것은 감추고 외면하는 일은 더욱 많아졌다. 과거에는 직접 찾아가 취재해야 할 일을 전화로만 하다 보니 담당자가 자리를 피하기 일쑤이고,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무슨 권리로 내부문제를 미주알 고주알 캐묻느냐?"며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바로 최근 심광현 전 영상원장의 징계절차에 대한 문의를 받은 예술종합학교 담당자의 반응이 그랬다. 기자에게 이럴 정도면 일반 민원인들에게는 어떻게 대할지 불문가지이다.

실무 서툴러 업무 비효율

그나마 문화부 내에서 유능하고 올곧은 인물로 평가 받아온 오지철 차관마저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나간 마당에 정치인 장관이 이런 문화부를 어떻게 끌고갈지 궁금하다. 기존 정책 및 방침에 대한 철저한 평가로 또 한번의 시행착오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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