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으로 여러 성격의 사람이 있다. 특히 남을 대하는 것과 자신을 대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자신에게 관대하지만 남에게는 매우 엄격한 사람이 있고 반대인 경우의 사람도 있다. 자신에게는 모든 것을 허용하고 남에게만 원칙을 들먹이며 욕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매일같이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남에게 관대하지만 나에게 엄격한 사람을 생각해 보자.
A씨는 파리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정도로 여린 성격의 사람이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남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잘못해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출근시간도 항상 잘 지키던 A씨가 하루는 어쩐 일인지 지각했다. 상사나 동료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도리어 A씨가 큰일 난 것처럼 어쩔 줄 모르며 상사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너무 미안해하고 쩔쩔 매는 모습이 주위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런 사람은 타인에게 한없이 친절하고 아량이 넓으며,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을 많이 하는 선한 사람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는 너무 엄격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기 쉽다. 그들은 자신에게 이런 말들을 하고 살아간다.
“이런 불순한 생각을 하다니 난 정말 나빠! 이런 것도 제대로 못하다니 난 정말 한심해! 내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남 앞에 나설 수가 있겠어!” 남에게 심한 말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그가 자신에게는 이런 험한 말들을 매일 퍼붓는다. 이들은 심한 말과 지나친 엄격함이 남에게만 상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도 상처가 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예부터 우리 도덕률은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하도록 가르쳐왔다. 그러나 몸이 아픈 사람이 남을 돌보기가 어려운 것처럼 마음에 상처가 많은 사람도 남에게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없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은 결국 남에게도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일단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한다. 나의 잘못과 단점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을 대하듯 자기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이 힘들면 종이에 자신의 장ㆍ단점을 객관적으로 써내려 가보자. 생각보다 장점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고, 단점을 줄이려고 차분히 노력하자.
인생이란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는 특급열차가 아니다. 나그네가 길을 걷듯이 가끔은 먼 산도 한번 바라보고 주위 풍광도 둘러보고 자신도 쳐다보면서 사는 것이다. 오늘 한 번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나를 사랑하고 가꾸어 남을 사랑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나를 무시하는 이타주의자보다 오히려 이기주의자가 되는 것이 낫다.
박원명/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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