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재오(59) 의원과 열린우리당 노웅래(47) 의원은 정치권에서 보기 드문 고교 사제지간이다. 이들 두 사람이 17대 국회의 최대 격전 상임위로 떠오른 문화관광위에 나란히 배치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이들의 인연은 1973년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있는 대성고 교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던 이 의원이 이 학교 국어교사로 잠시 '외도'하면서, 노웅래 학생의 1학년 담임선생을 맡은 것이다. 이 의원은 노 의원이 2, 3학년일 때도 국어를 가르치면서 사제의 정을 키웠다.
이후 이 의원은 재야 민주화운동가와 국회의원으로, 노 의원은 MBC 방송기자로 각자 다른 길을 걸어오다 17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 30여년 만에 국회 의사당에서 '해후'한 데다 상임위마저 같아진 것이다.
이 의원은 "당시 웅래가 야당 의원(노승환 전 의원)의 아들이어서 각별한 관심을 가졌는데, 말수가 적고 차분한 성격이어서 장차 공무원이 될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노 의원도 "김 구 선생님처럼 한복을 입고 다니시던 선생님은 교과서에 나온 내용만을 가르치지 않고 다양한 소설과 시, 수필 등을 가르쳐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옛 추억을 떠올렸다.
이들은 비록 여야로 갈라 서 있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이 의원은 "문광위에서 여야가 첨예하게 충돌할 경우 사제지간으로서 흉금을 터놓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 의원은 "여야가 팽팽히 맞설 때 (이 의원이) 경륜을 살려 상생정치의 촉매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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