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행정수도 이전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데, 김포주민 20만명이야 어찌되건 신경이나 쓰겠어요?"(김포시 양촌면 부동산 중개업자)"신도시 계획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마당에 숙원인 지하철 건설은 이제 물 건너 갔나 봅니다." (김포시 사우동 주민)
김포신도시 개발계획을 대폭 축소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이후 김포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5월 김포시 양촌면 일대에 일산신도시(476만평) 보다 더 큰 498만평 규모의 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했던 건설교통부는 불과 1년 1개월만인 지난달 28일 안보상 이유로 3분의1 수준인 150만평으로 신도시를 짓겠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의 졸속행정…들끓는 민심
이해관계가 각각 다른 아파트 주민, 토지수용예정지의 주민, 김포시 할 것 없이 정부의 이번 '졸속조치'를 비판하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신도시 건설에 한껏 기대를 걸었던 대다수 주민들의 불만은 폭발직전 상태. 주부 이경숙(39·장기동)씨는 "아파트촌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때문에 신도시 규모를 줄였다'는 얘기가 파다하다"며 "이 정도 크기면 지하철은커녕 학교도 제대로 짓지 못할 텐데 무슨 신도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모(64·장기동)씨는 "판교신도시 같은 곳은 지하철에다 도로를 곳곳에 뚫어 호화판으로 만들면서 여기는 줄인다니,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고 정부를 겨냥했다.
법적대응 움직임도 일고 있다. 신도시 찬성 주민 모임인 '김포 신도시 대책 범시민 모임' 의 이천복(62) 고문은 "김포보다 북쪽인 파주의 개발은 묵인하면서 수도권에서 가장 낙후된 김포시민에게만 피해를 강요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신도시 발표 이후 토지거래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은 만큼 원안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토지보상가의 인상을 주장하며 반발해왔던 양촌면 운양동을 비롯한 토지수용지구내 1만여명의 주민들은 이참에 아예 신도시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고, 시의회도 최근 피해보상요구안을 결의하는 등 파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끊긴 투자문의…정부는 축소 강행
김포시를 관통하는 48번 국도를 따라 줄지어 들어서 있는 800여개의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신도시 축소 발표 이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양촌면 C부동산 서모(43) 사장은 "축소 발표 전인 지난달 초만 해도 서울에서 하루 4, 5팀씩 몰려와 투자 상담을 했었는데 지난 달 28일 이후에는 땅 처분을 문의하는 전화가 고작 하루 한 두통 걸려올 뿐"이라며 "곧 이곳을 정리하고 충청도로 내려가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토지 수용을 예상하고 은행 돈을 빌려 인근에 땅을 사뒀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 신김포 농협의 대부계 관계자는 "지난 해 이곳 농민들이 수억원씩 융자 받아 대토(代土)부지를 구입하느라 우리 지점의 대부액수는 그 전해에 비해 20%나 증가했었다"며 "정부의 말바꾸기로 어쨌든 이들도 피해를 봤지만 이는 누가 보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의 집단 반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건교부는 신도시 축소계획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건교부 신도시기획단 관계자는 "국방부가 처음에 '개략적'으로 신도시 개발을 동의해줬지만 지난 1년 동안 정밀 검토한 결과 작전상 대규모 신도시 추진에 난색을 표명했다"면서 "택지개발지구 지정과 더불어 신도시 인근지역의 투기지역해제 등의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포=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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