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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과학기술인의 시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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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과학기술인의 시대를 위하여

입력
2004.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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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현상이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다. 정부와 각계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원인을 분석하고 다양한 처방을 내놓았지만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지금까지 이공계 문제는 주로 이공계 수학능력시험 응시율 저하 현상 등 양적인 측면에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이공계 인력의 부족에 있지 않다. 우리나라 대학 졸업자 가운데 이공계의 비율은 선진국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2001년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18%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40%가 넘는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과학 영재가 과학을 멀리한다는 데 있다. 국가적인 과학 인재 발굴의 요람인 과학고에서 이공계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2001년 82.6%에서 2년 뒤인 2003년에는 72.8%로 줄어들었다. 과학 영재들이 연구실을 마다하고 병원이나 약국으로 진로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우수한 인력이 창조적인 지식활동보다는 고소득 직종으로만 몰리는 현상은 국가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공계 문제는 IMF(국제통화기금) 경제 위기 이후 연구원들이 먼저 감원의 대상이 됐고, 이에 따라 고용에 대한 불안이 확산된 데서 시작됐다.

어려운 학습 과정에 비해 사회, 경제적인 보상이 낮다는 것도 문제를 확대시킨 요인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학부모들도 자녀들의 의대, 법대 진학을 선호해 왔다. 구조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풍토, 교육제도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이공계 문제를 불러왔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우리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제자리 걸음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법조인이나 의사도 경제적인 안정을 계속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이해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로 많이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업적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정당한 대우가 뒤따라야 한다. 과학기술인이 사회에 기여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예우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수한 과학기술인이 받는 사회적, 경제적 보상이 변호사, 의사, 약사보다 낫다면 훌륭한 인재들이 몰려들 것이고, 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낸 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와 같은 인물이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학 교육의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수한 인재를 훌륭한 과학자로 키워내는 것은 대학의 몫이다. 대학은 지식 창출의 요람이요 사회 발전의 견인차로서 산업현장과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력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발전과 기술의 변화에 부응하여 대학의 교육과정도 탄력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교육 혁신과 초일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외국인 과학자를 총장으로 영입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노력이 결실을 거두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바란다.

과학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과학적인 사고가 경제 발전과 사회 변화의 토대가 되고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설 때 이 사회는 좀더 건강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수학, 물리, 화학을 배우면 천하를 두루 다니는 데 두려울 것 없다(學會數理化 走遍天下都不怕)'라는 중국의 격언은 21세기 초강대국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저력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부를 창출해 나가고 과학기술인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국가발전을 이끌어 나가는 시대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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