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계 체계가 개편된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최근 "현재의 통계는 경제현상을 제대로 나타내지도 못하고 시의적절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르면 연내에 각종 통계의 비교기준을 '전년 동기 대비'에서 '전월, 전분기 대비'로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정부가 경제통계의 착시현상을 인정하고 개편키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로 본다.통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를 비롯한 각 경제 주체들은 통계를 바탕으로 경제흐름을 진단하고 방향을 잡아 정책을 세운다. 몇 년째 계속되는 경기침체 속에 나온 정부의 각종 경제 정책들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은 통계체계가 잘못 되었거나 대책이 적절치 못했다는 뜻이다. "다음 분기부터는 회복될 것이다" "기초는 탄탄하다"는 등 수없이 되풀이된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악화일로에 있는 것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정부가 경제통계를 개편하겠다고 한 것은 민간 경제연구소와 언론들이 경고해 온 우리 경제의 착시현상을 인정한 셈이다. 전년 동기 대비 지표에 무게를 둔 현재의 통계체계는 60∼70년대 개발시대에는 통했지만 복잡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는 지금은 적합지 않다고 본 것이다. 특히 미묘한 경제흐름과 경기전환 추세를 읽는데 취약, 경기판단과 정책수립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다.
그렇다고 '전월, 전분기 대비' 지표가 만능은 아니다. 경기 전환점과 방향을 읽는 데는 유리하지만 계절변동요인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는 취약점도 있다. 통계체계를 개편한다고 해서 전년 동기 대비 지표가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상황에 맞게 적절한 지표를 활용해 통계를 정확히 분석하고 적절한 정책을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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