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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57>키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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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57>키리코

입력
200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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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7월10일 화가 조르지오 데 키리코가 그리스의 볼로스에서 태어났다. 1978년 졸(卒). 키리코는 아테네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았지만 18세에 뮌헨으로 간 뒤 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활동했고, 마침내 이탈리아에 정착해 이탈리아인이 되었다. 그가 본디 이탈리아계 그리스인이었으므로, 이탈리아에 귀화한 것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기도 했다.예술사에서 키리코라는 이름과 긴밀히 관련된 갈래는 형이상회화(pittura metafisica)다. 쉬르레알리슴(초현실주의)으로 가는 레일을 깔았다고 평가되는 형이상회화는 과장된 원근법, 기괴한 기하학적 형태, 음산하고 불길한 분위기 따위로 인간의 내면 세계를 표현했다. 이런 표현법을 추구한 키리코와 그 동료들은 형이상파로 불리며 미래파 이후의 이탈리아 화단을 한 때 주름잡았다. 이들은 자신의 조형관을 널리 알리기 위해 '발로리 플라스티치'(조형 가치)라는 기관지를 펴내기도 했다. 형이상회화의 대표작으로는 키리코의 '무한한 공간의 향수' '우울한 토리노' '거리의 우울과 신비' 따위가 꼽힌다. 특히 굴렁쇠를 굴리며 뛰어가는 소녀를 등장시켜 이탈리아의 한 거리 풍경을 을씨년스럽고 몽환적으로 그려낸 '거리의 우울과 신비'는 살바도르 달리, 막스 에른스트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키리코는 만년에 보수적 화풍으로 돌아가 초현실주의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니 그는 초현실주의의 선구자이면서 배신자였던 셈이다.

키리코는 문필가이기도 했다. 형이상회화의 몽환적 세계를 연상시키는 소설 '에브도메로스'와 자전 에세이 '내 생애의 추억'이 대표적 저술로 꼽힌다. 형이상파로 같이 활동하기도 한 그의 동생 알베르토 사비뇨(본명 안드레아 데 키리코 사비뇨: 1891∼1952)도 회화, 문학, 음악을 넘나들며 활동한 재사였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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