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가 제정하여 8일 공포한 '광주시 공직자 소환 조례'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조례는 선출직인 시장과 시의원이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거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저질렀을 때 일정 수 이상의 주민 서명을 받아 이들을 소환, 공직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남도의회도 이미 유사한 조례안을 재의결하는 등 광주시와 비슷한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이 법이 논란이 되는 것은 우선 상위법인 주민소환법이 아직 제정되지도 않은 상태인데다, 지방자치법상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임기보장 조항과도 상충된다는 점 때문이다. 말하자면 법적 체계를 벗어나 있다. 광주시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즉각 조례집행정지 및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조례의 시행여부는 일단 대법원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그러나 법적 절차 문제를 넘어서 주민소환 조례가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대중주의에 대한 우려다. 정책결정 과정 등에 무조건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절대 선은 아니며, 지나친 참여는 자칫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을 허물 수도 있다. 직접민주주의의 과잉은 그렇지 않아도 위험수위를 넘긴 우리 사회의 갈등을 통제불능 상태로 증폭시킬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주민소환제가 악용될 경우 자칫 낙선자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당선자들의 발목을 잡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지역·집단 간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어 이에 따른 혼란이 상시화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여야가 내년 초까지 제정키로 의견을 모은 주민소환법에서도 대상을 엄격히 규정하는 등 오·남용 방지책들이 세밀하게 논의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종합적 틀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주민소환 조례는 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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