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경우인 것 같다."부하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외교부 장관이 외국언론사의 지국장에게 사죄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9일 한 외교부 간부는 허탈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있는 마당에 심의관급 간부의 성추행 사건까지 겹치면서 외교부는 초상집 분위기나 다름없다.
그러나 외교부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해외순환 근무를 하는 외교관들의 경우 개방적인 관습에 젖어있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성추행 사건도 그런 문화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가 사건의 처리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외교부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8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그 결과까지 공개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처벌을 요구하던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하고 나서자 외교부는 주춤했다.
일부에서는 반 장관에게 언론공개를 타진했지만 장관은 후유증을 염려해 머뭇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막판에는 언론보도를 저지하기 위해 적극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따라 사안의 폭발성을 우려한 외교부가 자체해결에만 급급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 장관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도 재연되고 있다. 김선일씨 피살사건 이후 반 장관은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으나 여러 자리에서 용퇴할 뜻이 없음을 밝혀왔다. 그러자 외교부 직원들은 전방위적으로 장관 보호에 나섰다.
그러나 올 초 당시 윤영관 장관이 부하직원의 말실수를 책임지고 사퇴할 때에 외교부가 수수방관하던 경우에 견주어 보면 기이하게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그 이유를 반 장관은 외교부 출신이고 윤 장관은 외부인사였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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