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극장가 여름 시즌에 빠질 수 없는 감초가 있으니 바로 코미디다. 여기에 ‘한국식’ 코미디라는 수식어를 달면 한결 느낌이 사는데, 이번 주에 개봉하는 ‘투 가이즈’와 ‘달마야, 서울 가자’는 그런 면에서 꽤나 전형적이다.‘투 가이즈’의 코믹 컨셉은 익숙한 즐거움이다. 90년대 한국영화는 ‘박중훈 코미디’라는 장르를 개발한 적이 있었다. ‘투캅스’부터 시작한 이 장르는 박중훈의 타고난 개인기와 좌충우돌 스토리로 요약되는데, 여기서 고민은 21세기식 업그레이드며 이 영화가 찾은 해법은 스피드다.
희극지왕 박중훈과 재간둥이 차태현이 만난 ‘투 가이즈’는 끊임없이 바뀌는 공간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이야기, 그리고 영화가 조금이라도 지루하려고 하면 툭툭 등장하는 인물들(그 중 이혁재는 단연 압권!)로 탄력을 유지한다. 애드립과 카메오와 긴급상황을 연료 삼아 달리는 ‘투 가이즈’는, 그다지 새로운 영화는 아니지만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영화적 관습들을 대충 엮어내고, 불혹 즈음에 접어든 박중훈은 과거 그 어느 영화보다 발바닥 땀나게 뛴다.
‘달마야, 서울 가자’는 낯선 상황극이다. 속세를 떠났던 스님들이 서울이라는 공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던져지고, 그들은 수많은 해프닝을 겪으며 파계와 수행 사이를 오간다. 이 영화 또한 업그레이드가 문제다. 전편인 ‘달마야 놀자’의 재미가 ‘스님 vs 조폭’의 갖가지 대결이었다면, 그 구도를 그대로 이어받은 ‘달마야, 서울 가자’는 뭔가 더 ‘쎈’ 것이 필요하게 된 셈.
이번 대결은 음주가무에서 극에 오르는데, 그들이 보여주는 개그보다 순박함이 더 심금을 울린다. 안타까운 부분은 노스님이 안 계시니 영화의 중심이 흔들린다는 점. 대신 이문식의 악전고투가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기서 이번 주 개봉작 중 정말로 권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바로 ‘천년여우’다. 곤 사토시라는 일본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천년여우’는 ‘만화영화’라는 장르가 가지는 매력을 120퍼센트 드러낸다. 후지와라 치요코라는 할머니 여배우의 회상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가 정말 교묘히 접합된 ‘천년여우’는, 완벽한 순애보의 판타지다. 여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어와 카메라맨이 그녀의 과거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타임머신’ 구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영화 속 영화’로 등장하는 일본영화의 다양한 고전 장르들을 만나는 쾌감도 만만치 않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침략전쟁 시기를 로맨스로 은폐한다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감독의 정치적 입장은 꽤 비판적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또 한 편의 일본영화인 ‘착신아리’. 알 사람은 다 아는 감독, 미이케 다케시의 ‘핸드폰 호러’인 이 영화는 3일 후의 자기 자신으로부터 죽음의 메시지가 온다는 설정. 공포도 공포지만 감독 특유의 기이한 상상력에 더 눈길이 간다.
김형석/월간 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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