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사업장 노조가 밥그릇 챙기기식 도덕적 해이와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로 노·노 갈등은 물론 다른 기업 근로자들에게까지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입맛에 맞는 것만 선별
기아차 노조는 9일 임금·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임금 인상안은 73%로 통과시킨 반면 단협안은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임금 7만5,000원(기본급 대비 6.2%) 인상, 성과급 200% 및 격려금 300% 등을 노조원들에게 지급하면서도 단협안은 원점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밖에 없게 됐다. 기아차 노조는 당초 단협에서 노조 대표의 이사회 참여와 노사동수 징계위 구성 등을 요구하다 잠정 합의안에서는 이를 철회했다. 이번 찬반투표에서 단협안이 부결된 것은 이러한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데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사측이 노조의 경영권 참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임금인상에서 많이 양보했는데도 노조측이 잠정 합의안 중 맘에 들지 않는 부분만 부결시키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임금인상으로 이 달만 평균 300여 만원을 더 받게 된 기아차 노조가 단협안을 부결시킨 것은 모럴해저드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는 2000년부터 임금과 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별도로 진행하고 있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업장 노조는 일괄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지나친 임금인상 요구
현대차는 7일 전 조합원에게 하반기 생산목표 달성 격려금 100%(기본급 대비)와 임금협상안 타결 일시금 100만원을 지급했다. 노조원들은 또 50만원 가량의 임금인상 소급분을 받게 된다. 성과급 200%는 연말에, 초기품질지수(IQS) 달성 격려금 100%는 추석 직전 지급된다. 생산직 평균 근속 연수인 14년차의 경우 기본급 158만5,000원을 기준으로 이 달에 310만원 가량을 더 받게 된다. 휴가비 30만원도 받는다. 사측이 파업으로 입게 될 막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노조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기 때문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LG칼텍스정유 노조도 7일 파업을 결정했다. 노조는 5조3교대 근무와 10.5%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LG칼텍스정유 근로자의 2003년도 1인당 평균연봉은 7,160만원이다.
지난해 10여일간 파업했던 LG화학 가공부분 노조도 6일 임금 7.8% 인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또 다른 노조인 장치산업노조는 10%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상대적으로 고임금 업종인 정유업계에서 두자리수 인금 인상은 너무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철강업종 가운데 포스코·INI스틸과 통일중공업 등은 전반적인 경기 불황 등의 분위기 등을 감안,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임금동결 분위기가 확산되는 데도 일부 고임금 사업장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면 노·노갈등은 물론이고 다른 기업 근로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