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옷 문화에 대해 포럼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4사람이 토론을 했고, 여러 이야기 중에 한복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한 교수님이 먼저 “입기가 어렵고 생활이 불편한 우리한복을 개선해야 한다”라며 사람들이 한복을 안 입고 다니는 것에 대해 많은 아쉬움을 표현 하셨다. 이것에 대해 다른 교수님은 한복의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고 맞장구를 치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한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항상 바꿔야 하는가, 발전과 현대화, 편의를 이유로 너무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입기 어렵고 불편한 한복이지만 그 자체에서 미와 중요성을 찾으면 안 되는 것인가?
몇년 전 ‘순애보’라는 영화의 미술감독을 할 때 배우 김민희씨가 일본 기모노를 입고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기모노를 입히는 방법을 몰라 일본 교수를 초청해야 했다. 그날 그 교수의 조언에 따라 김씨가 기모노를 차려입기까지 1시간 이상 걸렸다.
그날 입었던 기모노는 특별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만큼의 시간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그 일본 교수는 “이렇게 힘들게 입는 것이 당연하다”며 너무나 당당하게 말해 나를 주눅들게 했다. 그렇게 입는 기모노 역시 다시 보였다.
그날 이후 나는 우리가 현대화, 글로벌화, 대중화 등을 위해 기본 철학까지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왜 어렵고 힘들면 안 좋은 것인가, 복잡한 격식은 정말 없어져야 하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단점이 사실 장점일 수 있다고 생각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등등의 많은 질문을 하게 된다.
물론 전통에만 매달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발전해 가야 한다. 하지만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며 발전해야 한다. 생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보다 한복을 제대로 알고 갖추어 입은 한 사람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격식이 까다롭고 불편한 우리 전통 복식을 우리 스스로가 이해하고 감사할 때 외국에서도 우리 것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정구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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