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 대선을 겨냥한 알 카에다의 미 본토 테러 가능성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테러 경고의 정치 이용화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선을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한국 선거철의 북풍(北風)과 안풍(安風)에 비교되는 '테러풍'이 미국에 불고 있는 것이다.반 라덴이 테러 조종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일급 참모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 은신처에서 알 카에다의 미국 본토 공격 계획을 지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와 CNN이 미 정부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 8일 보도했다.
이 고위관리는 기자들을 위한 브리핑에서 "이 같은 정보가 알 카에다의 최고위급 수준에서 나온 것"이라며 "우리는 알 카에다 지도부가 현재 은신처에서 작전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CNN은 고위 정보관리의 말을 인용 "알 카에다가 3월 스페인 총선 직전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와 같은 공격을 준비 중"이라며 "배낭 폭탄이나 승용차 트럭을 이용한 터널 및 건물 공격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겨냥
톰 리지 국토안보장관은 이날 오전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민주주의 과정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테러공격을 추진한다는 정보가 있다"고 말했다.
리지 장관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발표는 26일 시작되는 보스턴 민주당 전당대회와 다음달 30일부터 열리는 뉴욕 공화당 전당대회가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리지 장관은 "그 정보는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하지만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리지 장관은 로버트 뮐러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미 상원의원들에게 안보상황에 대한 비공개 보고를 했다. 상원 공화당 대표인 빌 프리스트 의원은 "깜짝 놀랄 만한 정보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동기 논란
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은 리지 장관의 보고와 발표가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의 러닝메이트 지명 이틀 만에 나온 점을 들어 정치적 동기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테러가 현실화할 경우의 위험 부담 등 때문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는 하지 못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은 "우리는 전당대회 기간 중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감안했다"며 "오늘 국토안보부 발표에는 우리 태도를 바꿀 만한 어떤 것도 없다"고 말했다.
리지 장관은 미 정부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불안감을 확산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을 의식, "그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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