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다 보면 한국여성이 강하다는 걸 피부로 느낍니다."9일 여성부 주최 '2004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에 참석한 미국 LA태평양은행 조혜영(49·사진) 전무는 한국여성 예찬론을 폈다. "LA 다운타운의 경제 중심인 '바자시장'에서 유태인들과 함께 상권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나라 여성입니다." 과보호 아래 커 온 아들들과 달리 늘 뒷전에 밀려 찬밥 신세였던 한국의 딸들은 뭐든지 스스로 해야 했고 결국 이것이 강한 생명력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그는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의 딸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 행사가 "해외의 힘을 연결하고 결집시켜 더 강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는 2001년부터 매년 국내외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여성들이 모여 한국여성의 연대 및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상호 네트워크를 다지는 자리다. 6일 시작된 행사엔 해외 26개국 100여명과 국내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여성 150여명 등 250여명의 '여걸'들이 참여했다.
미국 LA 한인사회 대표로 초청된 조 전무는 한국 여성파워의 본보기이기도 하다.
1981년 남편과 함께 도미한 그는 83년 외환은행 LA지사인 가주외환은행 창구 일을 시작으로 은행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이후 LA 한인사회 최대 교포은행인 한미은행에서 17년 동안 일하다가 지난해 9월 태평양은행 창립멤버로 자리를 옮겼다.
조 전무는 "최근 10년간 LA 교포은행이 10여 개로 늘어나는 등 한인사회의 경제력이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모국이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강해질수록 해외 동포사회도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국에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았다. 최근 이라크의 김선일씨 피살로 불거진 한국의 반미 목소리가 미국 동포들에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반미를 외치면서도 미국 이민을 위해 긴 줄을 서는 모습에서 동포들 조차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갖는데 미국인들은 오죽하겠느냐"고 말했다.
조 전무는 정부에게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히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동포들은 큰 위안을 느낀다"며 본국의 정치·경제적 안정을 주문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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