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특사로 내한한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북한 핵 문제, 주한미군 감축, 이라크 추가파병 등 양국간 안보현안을 논의했다.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반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국제사찰을 통해 핵을 전면폐기 하는 '리비아식 핵폐기'를 받아들일 경우 '놀랄만한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리비아식 핵폐기는 지난달 3차 6자회담에서 북한이 거부했던 방식이다. 그럼에도 라이스 보좌관은 다시 한번 북한에 대해 유인책을 던진 것이다.
그는 "지금은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을 인정하고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HEU 계획 시인만으로도 반대급부를 제공할 뜻을 시사했다. 대선을 앞둔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양보할 여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돼 주목되고 있다.
반 장관은 양국이 의견차가 있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관련 "한국민이 불안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행되고 시한, 규모, 부대성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라이스 보좌관은 "최대한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성에 절대 공감한다"며 "한미동맹은 더 현대화되고 더 강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만나 "부시 대통령은 내가 한국을 방문해 한미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중심적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며 "한미 관계를 중시하는 부시 대통령 생각의 개요가 나와 있고, 특히 노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을 소중히 여기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항상 우호적인 생각을 갖고 있고 이를 때때로 표현해주셔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접견에서 노 대통령은 "현재와 미래의 한미관계에 대해 밝은 전망을 갖고 있다"며 "한미 양국이 상호존중의 정신 아래 동맹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에 라이스 보좌관은 "한국이 활기 있는 민주국가로 변화함에 따라 20세기 중반에 탄생한 한미동맹관계가 21세기에 새롭고 밝은 전망을 갖게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과의 접견은 예정시간인 4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고, 라이스 보좌관은 이날 방문 7시간여 만에 한국을 떠났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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