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면적의 11%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와 제조업체의 절반이 밀집해 있습니다. 수도권 과밀화를 풀어줄 방법은 행정수도 이전 뿐입니다."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수도권 과밀화 해소이다. 전국 곳곳으로 고르게 흘러야 할 재원과 역량이 수도권으로 쏠리면서 파생된 각종 부작용을 행정수도 이전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의 특효약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별로 높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의 분석과 각종 '지표'들을 종합해보면 행정수도를 옮긴다고 해서 수십년간 딱딱하게 굳어져버린 수도권 과밀화가 쉽게 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잠정 결론이 나온다. 과밀화 해소는 커녕 자칫하면 수도권의 외양적인 확산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들도 적지 않아 '제3의 안'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인구분산 정도 매우 미미할 것"
우선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고 있는 서울시와 다수의 전문가들은 신 행정수도를 만들더라도 수도권의 인구 과밀 해소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말 충청권으로 중앙정부의 주요 기관들을 내려보내면 2만5,000여명의 공무원들이 이사하게 돼 2030년에는 최소한 51만3,000여명의 수도권 인구가 분산되는 효과를 보게 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2030년 수도권 추정 인구(2,554만명)의 2%에 불과하다. 수도권과밀화 해소에는 보탬이 되지않는다는 것이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행정수도가 옮겨갈 충청권은 서울에서 고속철도로 1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고 경부고속도로 등과 인접해있어 '전입'을 하지 않고서도 출퇴근이 가능해 결국 수도권의 확산을 부를 것이라는 전망과 분석도 속출하고 있다.
정희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수도이전대책연구단장은 "50여만명의 인구분산효과는 가구 구성원 전체가 이사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과장된 수치"라며 "일본 도쿄의 경우 신칸센으로 1시간이 걸리는 지역까지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으로 형성되었듯이 신행정수도는 결국 수도권의 외형만 팽창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재원조달을 위해 중앙정부청사 등을 매각하는 것도 자칫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입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정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기관 부지들이 민간에 매각되면 공원부지로 바뀌지 않는 한 상업시설과 주거단지들로 채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결국 더 많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질 새수도 전철 밟을 가능성도"
산업 및 업무시설들을 대규모로 충청권으로 옮기는 계획이 잡혀있지 않고 물리적으로도 이들을 옮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신행정수도는 밤시간대와 주말이면 주민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유령도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김경환(경제학) 서강대 교수 등 행정수도 이전의 심사숙고를 강조하는 학자들은 "50여만 명의 인구와 수도의 주요기능 이동으로는 과밀화가 해소되기는 힘들다"며 "주말이면 상파울로 등 대도시로 시민들이 빠져나가 공동화를 겪고있는 브라질의 신수도 브라질리아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신행정수도추진기획단과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촉발되는 공공기관 지방분산의 효과까지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수도권에서 170만명까지 인구가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교통량이 줄어들어 서울시내 승용차 평균속도가 현재의 시속16㎞에서 23㎞까지 향상되는 등 교통과밀화도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병선(도시계획학) 경원대 교수는 "수도권 집중의 원인은 권력의 집중이므로 신행정수도를 통해 권력의 공간적 이동을 우선 이루면 과밀화도 풀릴 수 있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