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ICJ)가 9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건설 중인 '장벽'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최종판결했다.ICJ는 "장벽의 일부 구간은 이스라엘이 주장하듯 보안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장벽의 해체와 강제로 토지와 집을 빼앗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결정했다.
ICJ는 또 "장벽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이자 국제 인도법 위배"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ICJ법정에서 열린 이날 판결에는 14명의 재판관이 찬성했고 미국 출신 재판관 1명 만이 반대했다.
장벽 건설이 국제법적으로 불법이라는 이번 판결은 건설 중단을 요구해 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항변이 법적, 도덕적 정당성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물론 이번 판결의 실제적 효과는 거의 없다. ICJ의 판결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스라엘이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영토 분쟁이 아니라 정치적 다툼"이라며 ICJ의 재판 관할권을 부인했고 3월 ICJ가 연 청문회에도 불참했다.
장벽은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테러 유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2002년 2월부터 요르단강 서안에 만들고 있는 총 길이 730㎞의 거대한 벽이다. 5m 높이의 콘크리트 기반 철조망, 4m 깊이의 도랑 등으로 이뤄졌으며 올해 안에 460㎞가 완성될 예정이다.
이스라엘에겐 '보안'장벽이지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보기엔 '분리'장벽이자 '신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장벽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장벽 건설을 통해 불법으로 땅을 가로채고 있으며 요르단강 서안 주민의 절반 정도가 장벽에 의해 고립된다고 호소해왔다.
국제 사회도 이 같은 비판에 대개 공감한다. 이스라엘 최대 후원자인 미국마저도 중동평화 로드맵에 장애가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는 이스라엘처럼 ICJ의 심리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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