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이강옥 지음
보림발행 9,000원
귀신 이야기는 재미있다. 어른들은 예전 TV 프로그램 ‘전설의 고향’에서 머리를 풀어헤친 소복 차림 여자 귀신이나 사람으로 둔갑한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를 자주 봤다. 그런데 요새 아이들이 아는 귀신은 크게 다르다. 공부 못한다고 놀림 받다 죽은 아이가 귀신이 되어 복수를 하거나 밤마다 빈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는 이른바 ‘학교 괴담’이 주류다. 거기에 나오는 귀신은 옛날 이야기 속 귀신과는 거리가 멀다.
조선시대 야담 전문가인 이강옥 영남대 교수가 쓴 ‘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귀신 이야기다. 학교괴담 류의 귀신만 아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에게 들려주려고, 말하듯이 쓴 책이다. 억울하게 죽어 떠도는 귀신, 저승 여행, 귀신과 사람이 사귄 이야기, 오래 된 나무나 물건이 변해서 된 귀신, 부엌의 조왕신처럼 집안 곳곳에 깃든 귀신 등 예로부터 내려오는 다양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등골이 오싹한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시시할지도 모르겠다. 재미있지만 그리 무섭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런 이야기에 담긴 숨은 뜻을 찬찬히 짚어준다.
머리 풀어헤친 처녀 귀신들의 사연에서 정조를 목숨처럼 여겼던 조선시대 여인들의 삶을 읽고, 죽어서 다시 태어나 평양감사가 된 한 아이의 이야기에서 신분차별의 한을 보는 식이다. 이처럼 귀신 이야기를 흥밋거리로만 다루지 않고 우리 문화나 역사와 맞물려 살핀 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라 하겠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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