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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외곽으로 부는 투기 광풍-현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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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외곽으로 부는 투기 광풍-현장 르포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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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보다 배이상 폭등한 땅이 숱해요. 그래도 매물이 없어요." 신행정수도로 사실상 확정된 충남 연기·공주에서 서쪽으로 60㎞가량 떨어진 홍성군 홍북면의 용봉부동산중개업소. 8일 이곳에는 하루종일 쉴새없이 문의전화가 걸려왔다. "살만한 땅 없나요. 원하면 전액 현금으로 다 드릴께요."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땅주인들이 내놓을 생각을 안하네요…." 신행정수도 '프리미엄'을 노린 충청권 땅 투기가 공주와 연기를 벗어나 외곽으로 부채살처럼 번지고 있다. 투기꾼들의 입질이 대전과 천안은 물론 충남 북부권과 서해안 소도시에까지 거침없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전에서는 분양권 프리미엄이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아파트도 등장했다.

충남 북부 천안 등 '투기 제1표적'

8일 천안시내 충청중개사무소에서 만난 김영남(54)대표는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 결과가 발표된 후 천안 외곽 도로변의 공장과 아파트 건축 용지를 사겠다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공주지역은 이미 땅값이 폭등한데다 거래하면 세무조사를 받지만, 천안시의 수신·동·성남면 등 연기군 인접지역과 직산·성환읍 등은 '감시'가 덜한 신행정수도의 대표적인 수혜지역이기 때문. 특히 연기·공주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연내 수도권 전철역사가 들어서는 직산읍은 땅 값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철 역세권 일대는 주거지역이 평당 90만원대로 올라 연초 보다 배이상 폭등했다. 상업지역은 단기 매매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려 평당 300만원선 까지 치솟았다.

투기성이 짙은 땅 사기 열풍은 경기 안성, 충북 진천 등으로 번지고 있다. 안성과 진천의 농지는 도로변의 경우 연초 평당 10만원 선에서 20만원선으로 폭등했으나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충남 서부 홍성, 예산도 들썩

행정수도 후보지와 비교적 떨어져 있는 홍성과 예산의 부동산 시장도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충남도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 공주가 신행정수도로 사실상 확정된 후 이곳이 새 도청 유력후보지로 등장했기 때문. 신행정수도의 후광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홍성군 홍북면 일대 부동산업소에는 신행정수도 후보지가 발표된 5일 이후 토지 구입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4배 이상 늘어나 하루 평균 10여건씩에 이르고 있다. 홍북면 용봉부동산 이대영(42) 중개사는 "도청 이전 후보지로 거론되는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주변 땅을 구입하려는 수도권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덩달아 땅 값도 크게 오르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일대 농지 값은 지난해까지 평당 10만원을 밑돌았으나 이미 2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홍성과 예산지역 부동산중개업소도 연초 40개소에서 110여개소로 급증했다.

예산군 예산읍의 중심가인 신례원리 일대는 거래량이 올들어 876필지에 이르는 등 투기 열풍이 일고 있다. 지난해까지 평당 5만원선에 그친 도로변 농지가 30만∼50만원대로 폭등했다. 예산읍 상수리 김계환(68)씨는 "마을 70여 농가 가운데 최근에만 7가구가 농지를 처분했다"며 "외지인의 입질이 잦아지면서 한적하던 마을 어귀에 부동산업소가 2곳이나 생겼다"고 말했다. 예산읍 인근 신암면사무소 관계자는 "농지매매서류를 하루 수십건씩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며 "매매된 농지의 80%는 외지인 손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대전 아파트 프리미엄 2억대 등장

8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대우 푸르지오아파트 모델하우스. 오픈 예정일은 16일로 아직 멀었지만 벌써부터 쉴새 없이 울려대는 문의전화 벨소리로 가득했다. 행정수도 배후지가 될 대전 유성구 장대동에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 이 업체는 행정수도 예정지 발표 이후 전화상담원을 5명에서 10명으로 증원했다. 회사 관계자는 "모델하우스를 열지도 않았는데 벌써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분양가가 평당 620만∼670만원대로 대전에서 역대 최고이지만 100% 분양을 자신한다"고 말했다.

연기군과 맞붙은 유성구 노은지구는 신행정수도의 가장 큰 수혜지역. 노은고을공인중개사 윤희준(33) 대표는 "급매물로 나왔던 아파트 분양권의 프리미엄이 공주·연기 1위 발표 직후 2,000만∼3,000만원이나 뛰었다"며 "특히 블루칩 분양권은 프리미엄이 분양가의 배가 넘는 2억원을 초과했으나 매물이 없다"고 귀띔했다.

대전의 신도심인 서구의 아파트도 초강세로 돌아섰다. 서구 둔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토지와 상가, 아파트의 매물이 자취를 감추거나 호가가 턱없이 높아 실제 거래는 올스톱 상태"라며 "그러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열풍은 대전 구도심인 중구와 동구쪽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대덕구 비래동 재건축아파트 홍승완 조합장은 "행정수도 후보지 평가 발표 직후 이틀 만에 미분양분 10여채가 순식간에 팔렸다"고 전했다.

/홍성=이준호기자 junhol@hk.co.kr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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