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스캔들로 파산한 미국의 거대 에너지기업 엔론의 창업자인 케네스 레이(사진) 전 회장이 8일 휴스턴 연방수사국(FBI) 당국에 자수했다. 앞서 법무부의 엔론 전담팀은 7일 휴스턴의 연방치안판사 메리 밀로이에게 고발장을 제출, 레이 전 회장을 정식 기소했다.그의 주 혐의는 사기 및 분식회계, 내부자 거래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년 반 동안 계속된 연방정부의 조사로 이미 엔론의 간부 30명이 기소됐고 이중 11명이 유죄를 인정했거나 유죄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레이 전 회장의 기소는 엔론 사태에 대한 법률적 판단이 마무리 '몸통' 단계에 왔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1년 파산 신청한 엔론은 기업실적 보고서와 부채를 허위 발표하고 주가폭락 직전 회사 간부들이 내부자 거래를 통해 주식을 내다팔아 막대한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 미국 회계비리 중 가장 추악한 사례로 지목돼 왔다.
엔론 사태를 계기로 유사한 비리가 봇물처럼 터져 미국 기업은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받았으며 이후 계속된 경기침체의 불씨로 작용했다.
한때 경제전문지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중 7위에 오른 대기업의 회장이 형사범으로 기소된 유례는 찾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레이 전 회장 기소가 미국 기업회계 관행을 수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한편, 복잡한 거래내역 때문에 법적으로 부당성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소를 맡은 법무부의 엔론 전담팀은 배심원이 유죄를 인정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레이 전 회장도 간부들이 이미 대부분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여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형사사건과 별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8일 레이 전 회장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 금융사기 등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 전 회장은 재직 중 미국 정계, 특히 공화당에 엄청난 후원금을 뿌리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엔론 법인과 직원등으로부터 55만 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받고 그에게 '케니 보이'라는 애칭까지 선사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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