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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56>래드클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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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156>래드클리프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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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4년 7월9일 영국 소설가 앤 래드클리프가 런던에서 태어났다. 1823년 졸(卒). 래드클리프는 흔히 '고딕소설의 여왕'이라 불린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영국에서 유행한 고딕소설은 초자연적 현상을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소설을 가리킨다. 그 배경이 흔히 중세의 고딕식 고성(古城)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국문학사에서 고딕소설의 등장은 낭만주의·감상주의의 확산에 따른 이성 거부 풍조와 관련이 있다.영국 최초의 고딕소설로 꼽히는 것은 호러스 월폴의 '오트랜토성'(1764)이다. 이 작품에서 묘사되는 피 흘리는 동상, 초상화에서 걸어 나오는 인물, 날아다니는 투구 같은 초자연적 현상들은 매슈 그레고리 루이스나 앤 래드클리프 같은 그 뒤의 고딕소설가들에게 결정적 영감을 주었다. 고딕소설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오늘의 주인공 래드클리프가 최초의 고딕소설 '오트랜토성'이 출간된 해에 태어난 것은 재미있는 우연이다. '시실리언 로맨스'(1790), '유돌포성의 미스테리'(1794), '이탤리언'(1797) 같은 래드클리프의 고딕소설들은 영불해협 너머에서 들려오는 혁명의 소식에 뒤숭숭해 하던 당대 영국인들을 이성 너머의 환상 속으로 초대했다. 월폴이나 루이스의 고딕소설과 래드클리프의 고딕소설이 달랐던 점은, 래드클리프의 경우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초자연적 현상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한 데 있었다. 말하자면 래드클리프는 이성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신뢰가 래드클리프 소설들의 환상성을 반쪽짜리로 만들었다.

동아시아의 '괴담(怪談)'과 비슷한 고딕소설은 19세기 이후 영국에서 점차 인기를 잃었다. 그러나 그 후예라 할 환상소설은, 비록 아직까지 변두리문학으로 취급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거의 유일한 소설 장르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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