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의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는 철저한 보완관계다. 존 케리가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자신과는 출신 계층과 지역, 정치역정과 이미지가 판이한 '깜짝인사'였다. 동부의 상류 엘리트 출신의 케리에 비해 에드워즈는 남부 노스 캐롤라이나 주 노동자 집안 출신의 자수성가형이다. 케리와의 나이 차이는 9살에 불과한데도 에드워즈의 이미지는 훨씬 젊고 역동적이다. 호남형에다 상대인 딕 체니 부통령과도 뚜렷이 대조된다. 케리의 최대 강점이 '부시가 아니라는 사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 부시 기류가 드세지만 1960년 존 F 케네디 이래 동부 출신 리버럴 후보가 대선에서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에드워즈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에드워즈 효과에도 불구하고 케리에게 떠나지 않는 고민이 있다고 한다. 바로 상승세의 경제다. 예상을 넘는 높은 성장률에 올들어 10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겨나는 부시의 경제실적이 케리에겐 버겁기만 하다.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바보, 이젠 경제야'라는 한 마디로 전승 지도자 조지 부시를 무너뜨렸지만 이번엔 거꾸로 아들 부시가 '이제야말로 경제'라고 역공할 수 있는 입장이다. 케리가 최근 저소득층에 대한 대규모 의료보험 지원책을 공약으로 내놓은 것도 그래서라고 한다.
■ 케리는 그동안 재정적자 문제를 강력히 거론해 왔으나, 이제 이를 뒤로 돌리면서 보수 진보를 포괄하는 중도노선의 전략을 수정하고 나섰다는 풀이다. 그가 제시한 정부지원 규모는 6,500억달러나 되는데, 이는 다른 경제공약의 재원을 다 합한 것보다도 클 만큼 야심작이라는 것이다. 케리는 이에 대해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고 한다. 선거의 매력과 재미는 역시 역동성에 있는 것 같다. 남은 4개월 여 동안 미 선거가 어떤 역동을 펼칠지 흥미롭다.
■ 역동성이라 하면 한국이야말로 둘째 가라면 서럽다. 산전수전 끝에 직선제 대선이 있었던 지난 1987년 일본 사람들이 우리 정치의 다이내믹스를 부러워 했던 것도 이제 와 보면 약과다. 지난 대선의 역동성을 거기에 비기겠는가. 지금도 그렇다. 선거 1년 반이 지나서도 우리의 역동성은 가히 역동적이다. 간첩의 '양심' , KAL기 폭파테러가 의문사와 민주화의 영역으로 차고 들어올 정도가 됐다. 그런가 하면 서프라이즈라는 신종 매체 대표의 인사청탁 파문은 권언유착의 변종을 만들어 냈고, 개혁적 여당에서 나온 비례대표 의원 금품로비 논란 역시 '권력클럽'의 생명력을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 이 역동성은 전혀 창의적이거나 생산적이지가 않아 문제다. 이 역동은 갈등과 혼란의 다른 말이 되고, 이 때문에 비관과 관망만이 높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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