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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로 '업종전환'한 연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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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로 '업종전환'한 연기자들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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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를 위한 연기 활동인가, 연기 활동을 위한 CF인가.영화, 드라마 출연은 별로 하지 않은 채 CF에만 유난히 자주 모습을 내미는 연기자들에 대해 시청자들이 식상해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김남주와 고소영. 김남주는 ‘푸르지오’ ‘지펠’ 등의 CF에 나오는 톱 클래스 모델이지만 2001년 영화 ‘아이 러브 유’와 드라마 ‘그 여자네 집’ 이후 3년 동안 작품이 없다.

‘라끄베르’ CF 등에 출연한 고소영도 2000년 영화 ‘하루’, 2002년 ‘이중간첩’ 이후 출연작이 전무하다. 이밖에 현재 가장 많은 CF에 출연하는 전지현을 비롯해 정우성 김희선 이미연 이정재 등도 시청자들에게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CF로 훨씬 낯이 익다.

CF 출연이 별로 없는 전도연이나 연기와 CF 모두 꾸준한 송혜교 김정은 장동건 등에 비하면 연기자와 CF 모델 중 어느 쪽이 주업인지 궁금할 정도다.

원인은 일차적으로 연기자들에게 있다. 출연작이 적은 것은 좋은 작품을 찾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굳이 본업인 연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한 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CF는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쉽다. 촬영기간이 짧고 작품이나 캐릭터를 분석할 필요 없이 컨셉트에 맞게 이미지만 연출하면 된다. 톱 모델의 경우 1년에 2, 3일씩 많아야 네 번 촬영하고 1억 이상을 챙길 수 있다. 오죽하면 “나도 CF나 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것이 개그맨들의 ‘솔직한’ 멘트가 될 정도다.

광고주들의 달라진 인식도 한 몫 한다. 예전에는 작품의 성패와 스타의 이름값 등이 모델을 고르는 첫번째 요인이었으나 이제는 무조건 이미지다.

광고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의 이미지가 제품의 이미지와 잘 맞으면 굳이 작품 결과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사람이 출연하는 여러 CF가 엇비슷한 분위기인 것도 그 이유에서다. 스캔들처럼 특별한 사건이 터지지 않는 한 광고 제의는 계속 들어온다.

그러나 작품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나친 CF 출연은 결국 시청자에게 어필하지 못할 뿐더러 자칫하면 연기 생활에 독이 될 수도 있다. CF는 연기자의 이미지 중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특정 부분만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끊임없이 재생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엽기적인 그녀’로 스타덤에 오른 전지현이 CF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는 영화 그대로다.

프로그램 사이마다 몇 편씩 보여주는 CF 속의 전지현은 제품에 관계없이 언제나 발랄하거나(‘비요뜨’) 남자를 놀려 먹거나(‘라네즈’) 때로 과거를 추억하며 눈물 짓는(‘올림푸스 카메라’) 엽기녀의 연장선상에 있다.

영화 ‘4인용 식탁’으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지현이 끝내 엽기녀의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시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안전한 선택을 한데는 CF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제 시청자들은 엽기녀가 아닌 전지현을 떠올리지 못한다.

한 때 최고의 연기자로 꼽혔던 한석규와, 출연 CF들 만으로 구성된 ‘이영애의 하루’라는 인터넷 유머가 만들어질 정도였던 이영애. 한 사람은 몇 년만의 영화 출연으로 작품 보는 감을 잃어버렸다는 소리를 들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CF를 줄인 뒤 공전의 히트작을 만들었다. 어느 경우가 연기자로서, 그리고 CF모델로서 ‘남는 장사’인지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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