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이미 먹통이 돼버렸는데 지하철까지 고장이 나면 도대체 뭘 타란 말이냐."8일 퇴근길 대림역에서 일어난 전원공급장치 폭발사고로 지하철 2호선이 멈춰 서버리자 열차 안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승객들과 퇴근 때 2호선을 이용해 온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지하철공사측의 사고대응이 미흡해 추가 사고의 위험이 있었고 불편도 가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거대한 불꽃과 굉음 속에 전원공급장치가 2차례 폭발하면서 전력공급선이 끊겨 사고열차가 멈춰 서자 순환선인 2호선을 운행하던 열차 66대는 일제히 운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승객들은 대구지하철 참사를 연상하며 열차 속에 30분이나 갇혀 있다가 직접 문을 열고 선로로 긴급 대피했다. 지하선로에서 승객들은 앞 사람의 뒷모습과 유도등에만 의지한 채 길게는 수㎞를 걸어 부근 역으로 빠져 나와야 했다. 승객들은 열차가 없는 반대 선로를 따라 이동했으나 뒤따라 열차가 2∼3분 간격으로 다가오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림역에서 바로 위의 전선이 폭발한 사고열차의 승객들은 초기의 잘못된 정보전달을 질타했다. 사고열차 승객 이모씨는 "'앞차의 고장으로 연착한다'는 방송이 나왔는데 20여분 후 승객들이 '이 열차가 폭발했다'며 한꺼번에 문으로 몰려들어 밟혀 죽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승강장으로 빠져 나온 후 역무실로 몰려가 "왜 사고열차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느냐"며 50여분 동안 시위를 벌였다. 또 2호선 곳곳에 갇혀 있던 다른 승객들도 대피 후 "왜 다른 열차를 바로 통제하지 않았느냐" "대피가 왜 이렇게 늦어졌느냐"고 역무원에게 따졌다.
2호선 각 역 부근 도로는 멈춰선 66개 열차에서 대피한 승객 5만여명과 지하철을 타려고 역으로 왔다가 발길을 돌린 시민 등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버스와 택시를 타느라 주차장으로 변했다. ID '나'라는 네티즌은 "지하철이 고장 나 서버렸는데 타야 할 버스는 번호도 알 수 없었다. 겨우 번호를 알아냈는데 버스는 오지 않았다. 30분 넘게 기다리다 나타난 버스는 사람이 많다고 태워 주지도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환불을 위해 몰려든 승객 때문에 대림역 등의 매표소도 큰 혼잡을 빚었다.
서울시의 대대적인 교통개편으로 큰 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지하철 운행까지 중단되자 시민들이 불만은 일순간에 폭발했다. 서울시와 지하철공사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순식간에 수백여건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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