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이라크 대사관이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으로부터 1만5,000달러를 빌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외교통상부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더욱이 김 사장이 대사관에 돈을 빌려준 시점이 그가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을 확인한 10일이어서 돈의 성격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또 임홍재 대사는 지난달 9일 바그다드를 떠나 요르단 암만의 한인교회에서 예배를 본 사실이 드러나 김선일씨 피랍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임 대사는 8일 "암만에 간 것은 정식 휴가였다"며 "만약 당시 김씨 피랍사실을 알았다면 감히 어떻게 휴가를 갔겠느냐"고 전면 부인했다. 외교부도 돈 융통에 대해 "대사관 총무담당 P영사가 현지 직원의 퇴직금 지불 등에 필요한 현금이 부족, 김 사장에게서 임시변통했다"며 "당시 임홍재 대사는 요르단 암만에 출장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임 대사와 대사관이 굳이 드러나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자금을 빌릴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외교부는 "본부에서 예산 집행이 늦어진 탓에 부득이 빌린 뒤 갚았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 외교관들은 과거 교민과의 돈 거래가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아 교민과의 돈 거래를 금기시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나무역과 대사관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았느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 사장이 귀국 후 대사관에 김씨 피랍사건을 알리지 않았다고 적극 부인하는 등 임 대사를 감싸는 듯한 모습을 취하면서 정부의 파병재천명이 결정적 원인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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