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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교수 되기 어렵네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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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만큼 좋은 직업도 없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군자삼락(君子三樂)의 하나라는 제자 양성을 할 수 있고 사회적 존경도 받는다. 각종 위원회는 대부분 교수들 차지일 만큼 교수를 찾는 곳이 많고, 따라서 현실참여와 사회봉사의 폭도 넓다. 또 정년이 보장되며 퇴직 후에는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최근 어느 모임에서 기자들과 교수가 만났을 때, 교수는 언론계의 고임금(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을 부러워했다. 기자들이 방학과 안식년 따위의 프리미엄과 정년, 연금을 들어 "교수는 정말 해피하다"고 하자 그는 직업인으로서의 활동기간을 생각해 보라며 동의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일찍 자리를 잡지만, 교수가 되기까지 보따리장수를 하며 겪는 장기간의 고통과 설움을 남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면 교수직의 장점을 프리미엄이라고 볼 게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교수는 되기가 힘들지 일단 되고 나면 편하다. 그런데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다. 모든 사건은 그 시대의 비밀을 드러내는 기호(記號)와 같지만, 정동채 문화부장관의 청탁의혹사건도 교수직을 둘러싼 누추한 현실을 잘 보여 주었다. 여러 매체의 보도와 청탁 당사자의 기자회견 등을 종합해 이 사건의 의미를 차근차근 짚어 보고 싶다.

첫째, 교수가 되려면 청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독보적 존재이거나 사학재단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한 가만히 앉아 교수가 되는 경우는 없다. 금품, 향응은 물론 혈연 학연 지연을 총동원해야 한다. 말썽이 된 김효씨의 경우도 딱할 정도로 시간강사를 지겹게 해온 처지여서 청탁대상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둘째, 그러다 보니 청탁에 관한 도덕불감증이 고질화했다. 김씨는 청탁과 추천의 섬세한 구분을 주문하면서 청탁이란 금품수수를 매개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의 이야기 하듯 "우리 시대의 불감증이 나를 통해 시범케이스로 드러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현상이 문제다. 더욱이 권력이나 그 주변에 가까워진 사람일수록 청탁을 쉽게 하게 된다.

셋째, 그런데 이제는 청탁이 잘 통하지 않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청탁을 받은 정진수 교수는 오히려 '최선을 다해' 나쁜 점수를 주었다고 한다. 폭로동기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나 보지만, 정 교수는 인사청탁자를 패가망신시키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을 환기시키며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 용감했다. 김씨도 말했듯 큰 그물을 던지면 걸리지 않을 사람이 없게 됐고, 지명도가 높거나 주목대상인 사람일수록 더 엄정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는 세상이다. 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의 개입사실은 청와대 조사에서야 드러났는데, 김씨는 그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결국 "한 사람도 보호할 수 없더라"고 토로하게 됐다. 세상이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가 자신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청탁을 중개한 오지철 전 문화부차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성실하고 유능한 관료였고, 공직사회에서 보기 드물게 입지전적 성공을 거둔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이 한 때의 실수로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 장관의 개입은 사실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발표를 전적으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불신이 타당한 것이라면 오씨는 더욱 억울할 것이다.

교수청탁의혹사건은 결과적으로 사회 발전에 일정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교수가 되기는 참 어렵다. 교수가 되기 어렵다는 말은 도덕적 인간이 되기 어렵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해야 한다.

/임철순 논설위원실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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