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추진키로 한 불법정치자금 국고환수법은 여권의 '개혁법안 1호'이자, 정국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다. 반부패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어 흩어진 지지층을 재규합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다.법안은 특히 사실상 2002년 불법대선자금을 겨냥해 만들어지는 법으로 해석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정동영 전 당의장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자금은 당사를 팔아서라도 즉각 환수돼야 하며 우리당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이 법안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종걸 원내 수석 부대표도 "2002년 불법대선 자금까지 몰수 추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환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과거에 추징할 수 없었던 불법 정치자금을 환수하는 것이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재산권 행사에 대한 소급입법이 아니냐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서정우 변호사의 570여억원 불법자금 수수사건에 대해서도 서울지법은 지난 4월 "정당에 들어간 돈은 추징할 수 없다"며 서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유용한 18억에 대해서만 몰수 및 추징을 선고했다. 올 초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앞으로는 정당에 유입된 불법정치자금을 추징할 수 있게 됐지만, 당시 법률로는 이를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이번에 제안된 법률안 초안은 과거 정당이 받은 불법 정치자금에 대해 어떤 근거로 몰수를 할 수 있는지가 명확치 않아 당내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다. 이은영 의원이 제안한 법률안에는 불법정치자금을 수령한 정당에도 연대책임을 묻고 있지만, 법의 경과시기에 대한 규정이 없어 소급 적용이 가능한지가 모호하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정당이 받았다 할지라도 정치자금을 수령한 사람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찾아 추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재천 의원은 "소급 논란을 피하면서 과거의 불법정치자금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민·형사상으로 대단한 법률적 딜레마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당이 총선공약 때문에 위헌 소지를 무릅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 초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현행 법으로도 향후의 불법정치자금을 환수할 수 있게 됐는데도, 무리하게 지나간 불법자금까지 환수하는 입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열린 우리당이 제안하면 그 때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개인적으로는 소급 적용하는 게 타당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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