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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뿐인 "동북아 금융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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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뿐인 "동북아 금융허브"

입력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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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리나라를 동북아 자산운용업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제 국내 자산운용법은 후진적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펀드의 대형화, 기업연금제도 조기 도입 등 중장기 대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자산운용 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높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월말 현재 국내 자산운용업의 평균 펀드 규모는 209억원으로 미국의 1조1,000억원(4월말 기준)과 비교할 때 2%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 수로만 보면 우리나라가 7,754개로 미국(8,121개)과 큰 차이가 없지만, 소규모 펀드만이 난립함에 따라 효율적인 자산 운용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펀드의 유형별 구성도 위험이 낮은 채권형 펀드에만 지나치게 편중돼 자산운용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주식형 펀드 비중이 5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채권형(35%)과 MMF(35%)가 주종을 이루는 대신 순수 주식형 펀드는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주식과 채권에 분산해 투자하는 혼합형 펀드(25%)를 포함시키더라도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비중은 턱없이 낮아 기관투자가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간접투자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3월말 현재 23%로 미국(73%) 영국(36%) 등 선진국에 현저히 못 미치고 있다.

이처럼 자산운용 산업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출혈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외환 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업체 퇴출이 이뤄졌음에도 신규사들의 진입 또한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외환 위기 전인 1997년 31개였던 자산운용사의 수는 현재 45개까지 늘어났다. 특히 최근 외국 자산운용사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설 자리가 더 없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다. 외국계 증권·자산운용사의 시장점유율은 99년 6.7%에서 지난해 11.4%까지 치솟았다. 올 들어서도 미국 푸르덴셜이 현대투신운용을 인수했고, 미국 피델리티가 자산운용사 설립 예비 허가를 받았다.

금융연구원 임병철 연구위원은 "현재 자산운용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작은 규모의 회사와 펀드들이 난립해 있어 기관 투자가로서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며 "펀드의 대형화와 함께 장기 투자 자본을 육성하고 기업연금제를 도입하는 등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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