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단연 한국 배우 배용준이다. 일본에서 배용준의 별명은 '용사마'로, 용은 배용준의 용, '사마'는 동경의 대상이나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을 지칭할 때 붙이는 극존칭 호칭이다. 작년에 일본을 떠들썩하게 한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도 '베컴 사마'로 불려졌었다. 누가 어떻게 배용준을 '용사마'로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한국 배우에게 사마를 붙여 부르는 것은 처음이다.배용준의 인기는 NHK의 위성방송으로 방영된 '겨울연가'의 인기 덕분인데 현재는 NHK 종합채널에서 매주 토요일 밤 전국적으로 방영되고 있다. NHK는 한국 드라마붐으로 약 35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 화장품 회사 라네즈와 드라마에 등장한 폴라리스 목걸이도 판매 수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박용하, 이병헌, 원빈, 장동건도 인기가 높고 서점에서는 한국 영화 잡지만 따로 모아 판매하는가 하면 비디오 대여점에는 한국드라마 섹션이 별도로 나와 있다.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며'가 전국에 동시개봉되는 등 일본은 말 그대로 한류 붐이다.
40, 50대 기성세대들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일본 상품 디자인을 복제하는 나라, 군부 독재로 자유가 없는 나라 등 어두운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요즘 젊은이들은 한국에 대해 일본과는 달리 애정표현에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밝은 이미지를 주로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주 도쿄의 한 극장에 영화 '실미도'를 보러 갔다. 극장은 40, 50대 어른들뿐만 아니라 젊은 커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봉된 지 한 달이 넘고 그다지 큰 영화관은 아니었으나 거의 만원이 된 극장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꽤 무거운 정적에 묻혀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젊은 커플의 대화. 아니나 다를까 충격을 받은 목소리로 조용하게 '한국은 정말 무서운 나라구나, 그지?'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네….'라고 속삭인다.
이번 주 일요일(11일)에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선거의 쟁점 중 하나는 자위대를 군대로서 제대로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포함한 헌법 9조 개정이다. 이 문제는 일본이 21세기를 동아시아와의 공존과 평화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과의 관계에 중점을 두면서 전투적인 나라로 변신할 것인가 하는 커다란 선택의 기로이기도 하다.
한국과 일본의 어두운 과거의 역사나 한국 근대사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일본의 젊은 세대들은 연예인 중심의 한류와 한국의 어두운 정치·역사물을 동시에 접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정리해 내고 있을까. 과연 그들에게 한류란 이러한 일본의 중대한 선택과 어떤 관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김상미 일본 /도쿄대 박사과정·한국N세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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